올 초에 여러 가지 이유로 석 달 이상을 외국에서 지냈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에는 3개월 이상의 공백을 대비하느라, 미리 해야 할 일들로 인해 무척 분주하게 생활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교구 동창인 형님 신부님이 내게 전화를 했습니다.
“석진아, 너 출국 날짜와 한국 돌아오는 날짜,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줘.” 갑자기 출입국 날짜와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형님 신부님의 전화에 나는 물었습니다. “형, 주민등록번호는 왜?” “응, 너 몇 달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잖아. 그래서 너에게 해 줄 건 뭐 없을 것 같고, 혹시 모르니까 너의 여행자 보험 하나를 들어 주려고. 여행자 보험 가입할 때 다른 건 필요가 없고, 출국 날짜랑 입국 날짜,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돼.” “우와, 형, 진짜 감동이다. 그래, 맞다. 외국 생활을 하는 도중에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까, 여행자 보험 하나쯤 들어 놓으면 마음이 편하긴 하겠다.” “그럼. 그리고 여행자 보험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아. 형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앞으로도 외국 갈 때면 여행자 보험 하나는 들어 놓는 것이 좋아. 암튼 출입국 날짜랑 주민등록번호, 핸드폰 문자로 찍어 줘. 그리고 바쁠 텐데 준비 잘 하고.” 고마운 형님 신부님의 전화를 받고, 문자로 필요한 정보를 형에게 보냈더니 오후에 보험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에 관한 간단한 몇 가지 정보만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여행자 보험을 들어 놓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여행자 보험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치 중요한 문제 하나를 해결한 듯했습니다. 그날 저녁, 나는 수도원에서 형제들과 식사를 하는 도중에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형제 한 사람이 웃으며, “그 여행자 보험은 수령액은 얼마나 돼요?” “음, 잘은 모르지만 뭐 1억 정도라고 들은 것 같아. 그런데 수령액은 왜?” “아니, 보험을 들었으면 수령액이 얼마인지 가족인 우리가 알아야 하잖아요, 푸하하하.” “수령액은 내가 타는 거 아냐?” “이그, 강 신부님. 보험이란 오직 강 신부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 우리들을 위해서도 드는 거잖아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우리가 보험금도 타야 하고! 하하하.” ‘헐!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날 식탁에서 형제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내가 이 정도로 바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하루에 얼마 안 되는 여행자 보험을 들고난 후에 사고가 발생하면 1억 보험금을 내가 타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바보! 사고 나서 하늘나라에 있을 텐데…’ 그 생각을 그제야 했던 것입니다. 그날, 만약 무슨 일 생기면 우리 수도회가 1억 보험금을 타면 좋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에. 마음속으로 ‘내 보험금을 타서 좋아할 형제들을 생각하니, 그래, 외국 생활, 정신 단단히 차리고, 무사히 돌아와야지!’ 그날, ‘보험’이라는 것을 묵상하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험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하늘나라 보험입니다. 왜냐하면 하늘나라 보험은 수령자가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늘나라 보험이 갖는 최대의 특징은 나의 선한 행동이나 사랑 실천으로 주변 사람이 함께 ‘구원’이라는 보험 상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늘나라 보험은 보험 중에 가장 신나는 보험이 아닐까 합니다. 문득 이 좋은 보험 상품을 주변 분들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하늘나라 보험 하나 가입하시죠?”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