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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춘 신부의 단테 신곡 강의」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4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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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연옥-천국 비밀스런 풍경들의 속뜻은?
방대한 「신곡」의 상징 분석
의미하는 바 친절하게 설명
김산춘 신부 지음/256쪽/1만8000원/문학수첩

서강대 철학과 교수 김산춘(요한) 신부는 2002년, 스승인 철학자 이마미치 도모노부로부터 「단테 신곡 강의」를 선물 받았다. 이후 20여 년간 「신곡」을 탐닉한 김 신부는 “신곡은 인문학만이 아니라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의 지적배경을 요구하는 작품이며,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지식 융합 학문의 최상의 모델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전한다.

1308년, 단테는 자신의 인생길 중간에 신곡을 쓴다. 당시 피렌체 정치권력의 최정상인 프리오레(priore) 자리에 올랐던 단테는 정상의 자리에서 죄와 죽음의 어두운 숲속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네 인생길 한가운데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음을 깨달았네./ 곧바른 길은 이미 사라졌다.’(지옥 1,1-3)

그리고 신곡을 시작하는 ‘지옥편’에서 단테는 인생의 절정에 서 있을 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김 신부는 ‘지옥편’ 제1곡에 「신곡」의 핵심 메시지가 모두 담겨 있다고 밝힌다. 인생의 한창때일수록 자신이 숲속에 있는지 아니면 곧바른 길 위에 있는지 되돌아보라는 단테. 그의 조언은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등 절망적인 상황에 맞닥뜨린 인류에게 700년 전 단테가 남긴 메시지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신앙이 없기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군상의 비참함을 보여주고 있는 ‘지옥편’, 눈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 참회를 통해 구원을 희망하는 죄인들의 정죄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연옥편’, 그리고 마지막 ‘천국편’에서 단테는 그 믿음과 희망을 지녔기에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는 복자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지난해 단테 서거 700주년을 맞아 신곡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 작품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획물을 가톨릭신문에 연재했다. 방대한 작품 안에 담긴 상징들을 분석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친절하게 알려준 김 신부는 1년간 썼던 글과 함께 ‘천국편’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김 신부는 「김산춘 신부의 단테 신곡 강의」를 통해 지옥, 연옥, 천국의 문들을 하나하나 열고 그 안에 비밀스러운 풍경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화가 가브리엘 로세티, 윌리엄 블레이크 등이 그린 「신곡」의 삽화들과 함께 「신곡」을 이루는 숫자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는 ‘「신곡」의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도 부록으로 실어 신곡을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