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정신에 입각한 아시아교회 방향성 논의”
29개국 150여 명 주교 참여
팬데믹·기후위기·이민·청년 등
공동 관심사 함께 발견하고
평신도들도 함께 의견 나눠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50주년 총회 최종문서를 준비하면서 하느님 사랑이 담긴 쪼개진 성체를 영하는 우리 가톨릭신자들이 사회 안에서 쪼개져 있는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느꼈습니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10월 12~30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열린 FABC 50주년 총회에 한국 주교단과 함께 참석했다. 정 주교는 “이번 FABC 50주년 총회는 연대와 경청, 나눔 곧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체험하고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FABC 50주년 총회에는 아시아 29개국 150여 명의 주교들, 교황청과 유럽, 남미 등에서 온 초청인사 50여 명 등 200명 이상이 참석했다. 다양한 지역과 문화, 언어를 배경으로 하는 주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 주교는 “처음에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나라 교회든지 ‘공동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FABC 50주년 총회를 앞두고 아시아 각국 주교회의는 의견을 수합한 뒤, 총회 기간 중 주교들의 토의를 거쳐 12개 논의 주제를 선정했다. 정 주교는 “코로나19 팬데믹, 세계화, 기후위기, 디지털 문화, 도시화, 이민과 난민, 청년, 젠더 이슈, 가정의 가치 등 총회 최종문서에서 다룬 주제들은 아시아 모든 교회의 공동 관심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교들이 최종문서 준비 과정에서 아시아교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많은 강연 청취, 토론과 질의응답을 했다”며 “FABC 총회에 주교들만 참석한 것이 아니라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그 중에서도 청년과 여성들도 주교들과 같은 자리에서 의견을 들려줬다”고 소개했다.
정 주교는 “주로 신학자들이 작성을 담당하는 최종문서가 지나치게 신학적이어서 신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서는 안 되기 때문에 가급적 평이한 문장으로 서술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면서 “무엇보다 성경과 성전(聖傳), 교회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아 「복음의 기쁨」, 「찬미받으소서」, 「모든 형제들」 등 프란치스코 교황 문헌에서 비전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주교는 FABC 50주년 총회에서 논의된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 이주민들이 많지만,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주민들이 오고 가고 있기 때문에 이주민들의 신앙 활동 지원이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교회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 여러 나라 청년들과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청년들은 교회 안에서 자신들도 봉사직을 넘어 사도직을 갖기 원하고,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교회 안 지위가 낮다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어 이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정 주교는 FABC 총회에서 느낀 한국교회의 위상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우월의식을 갖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신앙에도 어긋난다”며 “우리보다 약자들에게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주교는 마지막으로 “FABC 의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미얀마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총회 준비를 해 주셨고, FABC 50주년 총회 의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 태국 방콕대교구장 크리엔삭 코비타바니즈 추기경 그리고 기도로 동참해 주신 많은 한국 신자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