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윌 헌팅’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과 학대로 상처 입고 살아온 천재적인 능력의 소유자 ‘윌’이, 상처 입은 치유자 ‘숀’을 만나면서 내면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중 내 가슴을 후벼 판 대사는 윌의 어릴 적 학대 사진을 발견한 숀이 윌을 지긋이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It's not your fault.”(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상처 입은 윌에게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 바로 그 말이 상처 입은 치유자 ‘숀’에 의해 건네지자, 윌은 꾹꾹 참아 왔던 눈물을 흘린다.
성 빈센트 병원에서 임상사목교육(CPE)을 받았다. 그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자매님의 발표 시간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는데, 당시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다. 드문드문 기억나기는 하지만 연결해서 이야기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20대 후반에 엄마 잃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서 엄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고 했다. 그녀는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였고, 마음 한편에는 엄마 죽음에 자기 잘못도 있다고 믿고 계신 듯했다.
‘내가 조금 더 엄마에게 관심을 기울였다면, 내가 그때 무엇을 했더라면 엄마가 돌아가시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 동기들은 함께 마음 아파했고 눈물을 훔쳤지만, 처음에는 그녀에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수퍼바이저 수녀님께서 그녀 마음에 관해 묻고, 대화를 이어가셨다. 마치 명의처럼 그녀 마음을 하나하나 짚어 나가셨다.
우리는 모두 그 자매님을 보고 있었지만, 수녀님은 어린 시절 작은 소녀와 만나고 계신 듯했다.
수녀님이 물었다.
“엄마가 옆에 쓰러지셨을 때, 마음은 어땠나요?”
그녀는 당시 기억과 감정을 더듬으며 말했다.
“경직되었고, 무서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렇게 질문과 답변은 계속됐다. 수녀님은 대화를 마치시고, 피드백하시면서 이렇게 마무리하셨다.
“선생님은 그때 최선을 다했어요. 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한 개인의 불가항력적인 불행 앞에 할 말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자매님 상처 앞에 어떤 말도 검색되지 않았다.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숀이 윌에게 했던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숀의 치유된 상처들은 윌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게 했고, 사랑할 수 있게 했다.
내가 만난 그 자매님은 누구보다 밝은 분이었다. 따뜻했다. 다른 이들 아픔에 울음으로 반응할 줄 아는 분이었다. 그녀의 상처들이 사랑을 빚어내길 나는 오늘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