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을 가진 화가 정은혜(마리아)씨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고 나서 유명해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정은혜 화가나 드라마의 우영우 변호사 같은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줄어든다면 다행이다.
서울 동숭동 노들야학의 ‘노들노래공장’에서는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이 매주 한 번 모여서 협업으로 노래를 만든다. ‘우리의 노래 우리가 만든다’는 기치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하는 것이다. 2022년 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여기서 만든 노래 45곡의 악보와 활동사진을 담은 노래집이 나왔다. 거기 실린 ‘우리들의 행진’은 이렇게 노래한다. 매주 목요일 우리가 간다 여기 저기로 동네 한바퀴 / 탈시설해서 밖에 나가자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요. / 저상버스 지하철 빨리 타고 싶어요. 똑같은 이야기를 너무 오래 했어요. / 그래도 노래 불러요. 우리가 행진하면 세상 바뀐다. 노들노래공장 홈페이지(nonogong.kr)에서는 이들이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를 듣고 악보와 음원도 다운받을 수 있다. 이것은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중증장애인 학생들의 ‘문화예술 활동’, ‘권리옹호 활동’, ‘장애인식 개선 활동’이 맞춤형 노동으로 인정된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난생처음 ‘일하러 간다’고 남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임금도 받았다. 1년 계약직인 이 공공일자리는 노들야학이 석 달 동안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점거하고 싸워서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 ‘몫의 일부’로 얻어낸 것이었다. 서울시는 올해 이 권리중심 맞춤형 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 350명과 전담 인력 5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20년 7월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이걸 없앤 것이다. 그래도 노들노래공장의 ‘노동자’들은 매주 모여 노래를 부른다. 76쪽짜리 노래집이 3만8000원인 것은 이 노래공장의 지속을 위한 홍보와 투쟁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운증후군 화가 정은혜씨는 부모의 엄청난 노력으로 대학 교육까지 마쳤지만 직장을 찾을 수 없었고 그를 바라보는 편견 가득한 시선 때문에 시선강박과 조현병을 앓았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되었고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뒤, 유리 빌딩의 좀 시끄럽지만 ‘이상하고 멋진’ 노래공장에서 새로운 노래가 계속 들리면 좋겠다. 천재가 아니라도 좋다. 우리 이웃이자 시민인 중증장애인,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만든 노래가 ‘우리들의 블루스’처럼 사랑받게 될 그날을 기다린다.신한열 프란치스코(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