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구름이 떠있는 하늘 아래
거미가 집을 짓는다
기다림의 미학을 방적돌기(紡績突起)에 간직하고
한여름 따가운 정오가 지나면
걷는 대로 덫이 되는
오리온성좌(星座)를 본뜬 집을 짓고 있다
온몸속의 기름을 짜내어 탱탱한 은(銀)실로 바꾸고
먼 하늘의 구름을
살아온 기억으로 더듬어 가며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촘촘한 곡예사의 그물
그늘진 삶의 공간 그 끝에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달빛마저 고이 숨어 흐느끼는 한밤이 되면
포로의 무게만큼 줄 위에서 함께 출렁거리다가
한 삶은 끝내 생을 마감한다
자전(自轉)을 잠깐 멈춘 지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 몸서리치도록 시린 언덕 위
거미는 아침이면
근처 암자에 있는 불타(佛陀)의 손에
반짝이는 염주 몇 알을 선물한다
안식처를 공중에 매달고 사는 그는
낮에는 스쳐가는 무지개와
바람 몇 점을 벗 삼고
밤에는
별빛에 안겨 무더운 한여름을 즐기며 산다
시 _ 권영춘 바오로(서울 서원동본당)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