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을 치던 아이들이 올리브나무 아래 책을 읽는다.
첫 나들이 하던 날도, 첫 등교 날도, 첫사랑을 고백한 날도,
피난 가는 친구에게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 언약한 날도,
전사한 형을 떠나보낸 날도, 이 나무 아래 울고 웃고 기도했다.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그러했다.
이 땅에서는 올리브나무 아래 모든 일이 시작된다.
삶의 중요한 사건이 탄생하고, 고귀한 무언가가 맺어지고,
내가 성장해온 기억의 층들과 내면의 나이테가 새겨진다.
내 인생의 목적지를 비춰주는 한 점 빛의 자리.
한 그루의 나무는, 하나의 유일무이한 장소이다.
글·사진 _ 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이자 사진작가로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현재 국경너머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평화 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하고 있다.
‘박노해 시인의 올리브나무 아래’ 기획을 시작합니다. 전 세계 분쟁지역, 특히 중동을 돌며 평화활동을 하고 있는 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의 사진과 묵상글을 통해 평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