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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성 베드로 대성당의 김대건 성상

성슬기
입력일 2024-06-28 수정일 2024-10-10 발행일 2024-07-07 제 340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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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한진섭(요셉) 조각가의 성 김대건 신부님 성상 제작 과정을 잘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에 이끌려 무심히 읽기 시작했는데,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되기까지의 긴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음에 마음이 쓰여 더 관심을 갖고 읽게 됐습니다.

이 역사적 거사가 확정되기까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님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님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고 한진섭 작가는 말했습니다. 성상이 완성돼 성 베드로 대성당에 우뚝 서기까지 많은 분의 노고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직접 성상 작업을 한 한진섭 작가에 대한 느낌만 쓰겠습니다.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라면 최초의 사제가 김대건 신부님임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증조부에 이어 아버지께서도 순교하신 가톨릭의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나셨으니 이미 하느님께서 예비해 두신 하느님의 준비된 사제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모국을 떠나 낯선 땅 마카오로 유학길에 오르고 10년 뒤 사제가 돼 모국에 돌아와 25세의 나이에 순교하실 때까지의 10년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이 길을 걸어 우리나라 첫 사제가 되셨고 이제는 동양인 최초로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우뚝 서게 됐으니 그 감동은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오늘 우리에게도 큰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순간순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고 묻습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는 어떠한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오늘의 상황에서 김대건 신부님처럼 오롯이 신앙(하느님)을 위해 온몸을 바치고 살라고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하느님의 뜻에 맞는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가 아니겠습니까?

한진섭 작가가 겪은 그간의 어려웠던 일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2023년 섭씨 40도가 넘는 이탈리아의 여름에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불볕 더위의 환경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에 임한 이야기, 체력 유지를 위해 숙소에서 아침 식사로 달걀을 삶아 2개로 버티었다는 일, 작업장에서 4m나 되는 높이의 사다리에서 떨어졌는데도 뼈도 다치지 않고 신기하게도 벌떡 일어나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한진섭 작가는 그 순간 옆 사람들은 기적이라고들 했지만, ‘김대건 신부님이 항상 지켜주고 있구나’하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다 하느님께서 늘 지켜주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진섭 작가의 긴 연재를 감동으로 읽으며, 그의 글은 보통 신자인 저의 느슨한 신앙의 태도에 큰 채찍이 되었습니다. 한진섭 작가의 뜨거운 열정으로 험난한 난관을 거쳐 성 베드로 대성당 그곳에 우리의 전통의상 두루마기에 갓을 쓰시고 당당히 우뚝 서신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600년 가까이 비어있던 이 자리는 하느님께서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을 위해 마련한 자리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진섭 작가의 이 한마디에 모든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진섭 작가님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진섭 작가의 열정이 배인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세계인과 함께 영원히 영원히 빛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글 _ 손준자(안젤라·부산 수영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