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의안집 이해하기(4)]
“하느님께 예배드리고,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교회 구성원이 어떻게 함께 수행할 수 있을까? 의안집은 이 ‘어떻게’에 대하여 먼저 구성원 간의 상호의존적, 호혜적 관계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어 이 관계의 발전과 보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양성, 식별, 결정, 그리고 이 과정들에 있어야 할 투명성과 ‘설명 책임’(accountability) 등 네 가지로 나누어 제안한다.
양성의 근본적인 장, 성체성사
양성은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시노드 여정 내내 강조됐던 것이다. 그런데 이전에는 이것을 마지막에서 다루었다면, 2회기 의안집에서는 첫 번째로 다룬다. 이는 “시노달리타스 실현 여부가 양성에 달려 있다”고 본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의안집은 양성 문제를 상황의 중요성, 경청 능력 양성, 성체성사, 양성 방식 등으로 나눠 다룬다. 이번 시노드가 지역교회를 강조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자리에 대한 인식 없이는 복음선포가 어렵기 때문에, 의안집은 양성의 첫걸음을 각 지역교회가 속한 문화와 역사적 상황 파악으로 본 것이다.(53항) 그리고 그 상황에는 디지털 문화도 포함된다.(56항)
양성의 가장 근본적 장을 성체성사라고 명시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55항) 이는 2회기 시노달리타스를 활동이나 조직 개편으로만 축소하려는 위험을 의안집이 주시하면서, 그 ‘교회적’ 특성과 구성원 간 ‘관계적 회심’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의안집은 성체성사가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원천이요 모델, 정점임을 반복적으로 말한다. ‘그리스도교적 삶의 원천이요 정점’인 성체성사에서 성직자와 신자들은 각자의 몫으로 직무사제직과 보편사제직을 수행함으로써,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교회의 모습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성체성사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도록 교회 구성원을 양성함에 있어서도 그 탁월한 장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참여하는 통합적 양성
누구도 자족적이지 않고 누구도 공동체에 기여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의 사명을 ‘함께’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경청해야 한다. 물론 구성원 간 경청은 그 자체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성령의 소리를 듣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청은 사람들을 넘어, 하느님 말씀, 그리고 성령을 향한다. 우리는 ‘경청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의안집은 문화와 영성적 전통에 따라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각 지역교회의 문화와 상황에 맞는 경청 방법을 생각하도록 초대한다.(54항)
양성의 내용에는 이론교육만이 아니라, 만남, 나눔, 협력, 공동 식별 능력을 키우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지성, 정서, 영적 측면 모두에서 이루어지는, 즉 ‘통합적 양성’이어야 한다. 의안집은 여기에 삶의 자리에 대한 이해 증진도 포함시킨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있다. 의안집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어떤 이의 양성에든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다른 구성원과 협력하는 법, 호혜적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57항) 특히 여성들의 참여 증진을 강조하고 있으며, 신학교육과정이나 신학교에서 남녀 평신도가 교수직을 포함한 직접적 양성자로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식별은 ‘교회적’이어야 한다
교회가 ‘하느님께 거룩히 예배드리고,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끄시는 이는 성령이시다. 따라서 시노달리타스 실현 과정에는 성령의 활동에 대한 식별이 들어간다. 이 식별은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며, 특히 출발점이요 준거는 하느님 말씀이다.(60-61항) 의안집은 이것을 매우 강조하는데, 이로써 식별을 단지 구성원 간의 상호경청으로만 축소할 위험을 피하게 해준다. 의안집에 따르면 하느님의 말씀은 다음 여섯 가지 경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1) 개인적 묵상, 2) 말씀에 대한 탁월한 해석의 장인 전례, 3) 교회, 특히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과 실천들, 4) 사건들, 5) 창조주의 활동과 성령의 현존으로 채워져 있는 창조 세계, 5) 양심. 이런 면에서 교회 안에서의 식별은 참으로 ‘교회적’인 것이어야 한다. 의안집은 인문사회학적, 행정적, 혹은 과학과 기술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동시에 이것들이 교회적 식별과정의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님도 강조한다.
분화된 공동책임성에 따른 결정 과정: 자문과 결정권
교회의 구성원은 각자 받은 은사와 능력으로 식별에 기여하면서 어떤 결정에 이르게 되는데, 결정 과정은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된다. 즉 하나는 식별과 자문, 그리고 협력의 공동작업을 통해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decision making)’이고, 다른 하나는 합법적 권위자에 의한 ‘결정행위(desicion taking)’이다. 의안집은 이 둘을 대립관계로 보는 것과 자문 과정 및 결과를 간과하는 것 두 극단을 염려한다. 교회 안에서 결정은 하느님 뜻에 부합할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리고 성령께 대한 순종 안에서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결정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두 과정은 함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대립관계에 있지 않다.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교계제도에 근거해서 주교, 주교단, 교황의 결정 권한은 제거될 수 없다. 사실 이 권위는 다른 구성원보다 더 큰 책임을 진다.
의안집은 자문이 사회학적 의미로만 해석되는 것, 즉 ‘무시해도 되는’ 그런 것으로 여길 위험을 직시한다. 이미 현행 교회법에서도 결정에 있어 자문 과정을 의무적인 것으로, 그리고 참으로 ‘우월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자문을 무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교회법 127조 2항) 의안집은 현행 교회법에서 자문기구인 평의회의 권한을 ‘건의투표권’으로만 한정하는 항목이(예를 들어 514조) 자문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수정을 제안한다.(70)
투명성과 ‘설명 책임’(Accountability)
투명성은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있어 필수적인 것으로 항상 언급됐던 것인데, 2회기 의안집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설명 책임’에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는 점이다. 이전 문헌들에서 드물게만 언급되었던 이 단어는, 본래 회사, 단체 등등에서 일이나 사업의 성패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책임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의안집은 이 단어를 차용하면서도, 사회적이며 조직적 의미로 이해되는 것은 피할 것을 요청한다. 대신 이 단어의 그리스도교적 의미를 성경에서 찾는다. 코르넬리오에게 세례를 준 것에 대해 베드로 사도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사도 11장), 의안집은 이것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취해야 할 ‘설명 책임’을 잘 보여준다고 본다.(74항) 투명성과 설명 책임은 재정, 성추행, 사목적 영역, 복음화 방법, 인간 품위 존중 방식 등등에 요청되는데, 이는 특히 권위 행사 방식과 연관돼 있다. 그리고 설명 책임과 투명성, 권위 행사에 대한 성찰은 ‘섬김’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74항) 또한 의안집은 교회 안에서 수행되는 직무 책임 수행 방식에 대한 정기적 평가를 위한 구조와 형태, 특히 주교회의가 지역교회의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투명성과 설명 책임의 과정 및 형태를 수립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글 _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