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교황청이 경영에 관한 조언이 필요하다면 국제적인 비즈니스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교황청 직원들이 표출하는 ‘경고’나 ‘불만’, ‘의욕 상실’ 등을 깨닫기 위해 스탠퍼드나 IESE 경영대학원 출신 전문가들이 딱히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 치하의 교황청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교황청의 노동조합 격인 평신도직원협회(Association of Lay Employees)는 8월 20일 성명을 발표했다. 1985년 설립되어 평신도 직원들의 노동권 보호와 관련해 활동하고 있는 협회를 통해 현재 교황청 직원이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며 느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요구사항을 담은 성명서를 게시했다. 협회는 교황청은 인간의 존엄과 가톨릭 사회교리에 입각한 독특한 업무환경을 조성해야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여파로 교황청이 또 다른 다국적회사가 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다른 다국적회사와 다른 점은 낡은 방법으로 직원을 다뤄 조직이 활기를 잃었다는 점을 들었다.
협회는 불만 사항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연공에 따른 임금 상승 유보뿐만 아니라 승진과 신규고용, 초과근무수당 제한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용절감 조치로 직원들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직원들은 이 조치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둘째로 협회는 비용절감 조치로 생긴 제한 사항에서 설명되지 않는 예외 사례가 있으며, 이는 특정 직원에 대한 편애를 의심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로 협회는 교황청 직원들이 다른 개혁 조치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교황청 소유 아파트의 임대료를 시장가격에 맞게 재조정하려는 시도로 이 시설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교황청 직원의 월급은 2008년 이후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넷째는 청소나 안내 등의 업무를 외주화하려는 경향이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다양한 문제에 관해 교황청의 감독관들과 대화를 요청했는데 묵살됐다고 불평했다. 협회는 “교황청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교황청의 정책들이 효과가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는 왜 인력이 보강되지 않아 업무 동기가 저하되고 있는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교황청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면서 “시대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서인지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의 방향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모두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우리가 이렇게 성명을 발표한다”면서 “책임 있는 사람들은 어렵더라도 우리의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점은 분명히 하자. 협회의 불만 사항은 노동조합의 그것과 같은 것이다. 노동조합은 특정 업계 직원들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종종 호전적이며 회사 내 직원들의 불만을 표출한다. 하지만 교황청 주변을 5분만 돌아다녀도 이들의 주장이 동떨어졌다거나 특이하지 않다는 것은 알아차릴 수 있다. 이들의 주장은 교황청과 교황을 위해 생업에 종사하며 봉사하는 이들의 진짜 불만이다. 이들은 미래뿐만 아니라 바로 지금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금전적인 요소는 서로 타협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더 깊고 복잡하다. 많은 교황청 직원들은 상급자 혹은 감독관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실제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대화가 적다는 것은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간단한 수학 문제가 있다. 전 세계에는 가톨릭신자가 약 13억 명이 있고 교황청에는 성직자를 포함해 직원이 약 5000명 있다. 이를 미국의 시민 수와 연방정부 공무원 수 비율로 환산하면 600명이 약간 안 된다. 현재 미국에는 약 225만 명의 공무원이 일을 한다. 달리 말하면, 교황청은 놀랍도록 군살이 없는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에는 사기와 동기에 조그마한 지장이 생겨도 맘모스급 결과를 초래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동안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파푸아뉴기기,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오세아니앙 4개국 순방을 준비하고 있다. 순방 기간 교황은 종교 지도자와 정치인, 선교사, 토착 부족민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고 이들을 진정한 대화로 초대한다.
아마도 교황이 순방에서 돌아오면 같은 열정으로 교황청 직원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내부적인 만남이 교황이 추진한 개혁의 성패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