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룩셈부르크·벨기에 사목방문 이주민, 노숙자 등 만나 위로 전하고 학자들에게 진리 탐구 노력 당부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유럽 국가인 룩셈부르크와 벨기에를 사목방문했다.
교황은 26일 로마를 출발해 같은 날 첫 방문지인 룩셈부르크 핀델 국제공항에 도착해 뤼크 프리덴 총리 등으로부터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룩셈부르크에 도착한 뒤 정부청사에서 외교사절과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세계 곳곳에 도사린 분열과 갈등, 전쟁의 폐해에 대해 역설했다. 교황은 “우리가 인간 착취와 학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영적인 가치가 담긴 인간애를 키워야 한다”며 “전 세계, 유럽에서조차도 상호 선의와 대화, 외교적 노력이 아닌 균열과 적대감이 확대되면서 파괴와 죽음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26일 오후에는 룩셈부르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가톨릭 공동체 구성원들과 만나 모든 이들에 대한 환대, 특히 이주민을 기쁘게 맞이하는 것이 자비와 정의의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복음의 정신은 곧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환대의 정신으로, 어떤 종류의 배제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도움과 환대를 받고 싶어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룩셈부르크 가톨릭교회는 다정한 고향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룩셈부르크 전체 인구는 약 65만4000명으로 이 가운데 47%는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이주민들이고 53%는 본래 거주자들이다.
교황은 또한 룩셈부르크 가톨릭 공동체에 점차 강화되는 세속화 경향에 맞서야 한다는 시대 상황을 언급한 뒤 “교회는 책임감과 선교적 사명을 공유하는 가운데 시노달리타스를 교회 구성원들과 교류하는 지속적인 방식으로 개발하면서 변화하고 성숙해지고 성장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9월 26일 하루 일정 룩셈부르크 방문을 마친 후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 멜스브로크 군 공항에 도착해 29일까지 벨기에 사목방문을 이어갔다. 교황이 벨기에를 방문한 주요 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계 대학교인 루벤가톨릭대학교 설립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교황은 벨기에에서 루벤가톨릭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을 비롯해 정부 고위 당국자들 그리고 벨기에교회 주교단과 수도자, 평신도들과 만났다.
교황은 27일 루벤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와 연구진을 만나 “쉽고, 노력하지 않고, 안락한 믿음이 위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진리를 추구하는 영역에서도 우리 자신의 사고 밖으로 나와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는 고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는 피상적인 삶이 우리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며 학자로서 도전 정신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같은 날 브뤼셀 라켄궁에서 벨기에 고위 당국자와 지방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가톨릭교회가 소수자들에게 가했던 학대 행위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가정과 학교, 스포츠계 등에서 많은 학대 행위들이 있지만 교회 안에서는 단 하나의 학대 행위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28일 브뤼셀 성 길레스 성당에서 이주민, 집을 잃은 이들과 만나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그들의 고충을 듣고 위로를 전하는 것으로 새로운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28일 오전 브뤼셀 성심대성당에서 벨기에 주교단, 사제와 부제, 수도자, 신학생 등과 만난 자리에서는 “우리가 서구 사회에서 체험하고 있는 시대의 변화와 신앙의 위기는 가장 본질적인 것, 다시 말해 복음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느님께 가까워질 때 우리에게 오는 진정한 기쁨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28일, 브뤼셀 라켄 우리의 성모 성당에 잠시 들러 벨기에 보두앵 왕 무덤 앞에서 기도했다. 교황은 1990년 벨기에 의회가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 법이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왕위에서 물러났던 보두앵 왕의 용기를 현대인들이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같은 날 다시 루벤가톨릭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은 교황과의 만남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정의를 증진해야 한다는 교황의 요청에는 공감했지만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교황과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루벤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은 2000단어로 된 4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온전한 인간 발전을 요청하는 교황의 노력에는 지지를 표시하면서도 오직 남성만 사제가 되는 가톨릭 성직제도에는 의문과 회의감을 드러냈다.
교황은 이를 의식한 듯 특별히 교회 내 여성과 관련해 “교회는 여성이고 그리스도의 신부”라면서 “여성은 본질적으로 생명을 낳고 양육하며 헌신한다는 측면에서 남성보다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