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퀴어(성소수자) 신자들의 삶을 신앙과 잇고 비(非)퀴어 신자들과의 경계를 허물고자 2월 출범한 가톨릭퀴어예술회(공동대표 안재선 신부·크리스 크리스티나, 이하 예술회)가 첫 기획전시회를 열었다. 차별과 갈등 속에서도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믿으며 정체성을 담대히 지켜 온 퀴어 신자, 또 그들과 연대하는 신자·수도자 작가들의 성찰과 신앙을 전하는 전시회다.
‘거룩한 무지개: 사랑받고 대담하게’를 제목으로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신창동 ‘청년공간 바라’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작가 7명이 회화, 사진, 디지털아트,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작품 11점을 공개했다.
란슬롯(대구대교구)은 다양한 존재를 아우르는 무지개의 상징성을 기도 안에 녹여낸 혼합재료 묵주 작품 ‘너, 나, 우리’ 등을 선보였다. 희네스(수원교구·아녜스)가 캔버스 위 아크릴로 그려낸 ‘주님의 마녀들’은 배척받는 존재들조차 주님의 품 안에서 함께하며 기쁨과 화합을 나누는 모습을 담아냈다.
서희(대전교구·라파엘라)의 ‘그러나 우리는’은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7)라는 말씀을 무지개로 형상화해 캔버스에 아크릴로 담아냈다.
예술회 크리스 공동대표는 “신앙과 퀴어 정체성의 조화를 찾고, 차별을 넘어선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거룩한 다양성을 축복하는 전시회가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재선 신부(Jason Antiquera·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 “정체성과 영성 사이에 놓인 격차(gap)로 혼란스러워하는 퀴어 신자들, 또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을 지키는 예술 활동을 꾸준히 펼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공간 바라 담당 이지현 수녀(로사·성심수녀회)는 “청년을 포함한 많은 이가 희망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퀴어 신자들도 신앙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내어줬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