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라자로 추기경 탐구

이승환
입력일 2025-01-09 13:03:35 수정일 2025-01-14 13:33:55 발행일 2025-01-19 제 342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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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요즘 나의 탐구 대상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다.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과 라자로 추기경 두 분의 만남, 관계, 그리고 앞으로 함께 이루어 낼 일들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통해서 일하신다. 당신의 바라심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합력할 때 하늘의 역사가 땅에서 이루어진다. 궁금하다. 두 분을 통해서 해내시려는 하느님의 바라심이 무엇일지.

2021년 6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의 ‘라자로 추기경 탐구’는 시작되었다. 아시아의 작은 교구를 책임진 교구장을 어떻게 알고 장관에 임명했을까? 두 분은 언제 처음 만났고 어떤 관계를 이어왔을까? 궁금증은 검색으로 이어졌고 기사와 유튜브 등을 통해 라자로 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탐구를 본격화했다. 그렇게 알아낸 바를 요약하면 이러하다.

유흥식 추기경은 195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고 대건고 1학년 때 세례를 받은 뒤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했다. 2년 수료하고 로마에 유학해 1979년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사제로 서품된 뒤 1983년에는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 대전교구 여러 직책을 맡은 다음 2003년 주교품에 올랐고 2005년에 대전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고 1969년에 사제가 되었다. 1998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에 임명되었고 2001년에 추기경에 서임된 뒤 2013년 3월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두 분의 첫 만남은 2013년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였다. 폐막미사 직전 교황께 다가간 유흥식 주교는 350명의 청년들과 함께 한국에서 온 라자로라고 인사했고, 교황은 한국이냐고 되물은 뒤 “한국교회는 강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아마도 교황은 한국교회에 대해 깊이 알고 계셨던 것 같다.

2014년 대전교구에서 열릴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를 앞두고 라자로 주교는 교황께 초청 편지를 보냈고 교황은 기꺼이 응해주셨다. 초대 글을 읽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가라!”는 울림이 있었다고 고백하셨다. 2014년 8월 14일 한국에 오신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위로, 124위 시복미사 집전,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등 서울과 충청도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4박5일 방한 기간 중 교황과 라자로 주교는 깊은 친교를 나누셨을 것이다.

2020년 말 대전교구는 이듬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 온 세상이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던 시기에 더 어려운 나라를 돌보자는 운동은 한국 천주교 전체로 확대되었고, 뜻밖의 정성에 감동한 교황은 하느님께서 가장 바라시는 일을 한국교회가 자발적으로 했다며 몇 번씩 감사 인사를 한국에 전하셨다. 2021년 6월 교황은 라자로 주교를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했고, 2022년 8월 라자로 주교는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이상이 라자로 추기경 탐구의 개요다. 놀랍다. 특히 첫 만남에 주목하게 된다. 전에도 만났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아낸 첫 만남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였고 먼저 다가간 이는 라자로였다. 라자로가 내민 손을 프란치스코는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잡아주었고 관계는 시작되었다.

두 분이 함께 해낼 일이 어디까지일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탐구 결과 분명히 깨달은 게 있다. 신앙인은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자로 추기경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간 키 작은 자캐오처럼. 그래야 하느님께서 일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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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정석 예로니모(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40여 년 도시를 연구해 온 정석 교수는 「행복@로컬」, 「천천히 재생」, 「도시의 발견」 등 다수의 시민 교양서를 출간했다. 아내 고유경(헬레나) 씨와 함께 월드와이드 메리지 엔카운터(WorldWide Marriage Encounter, ME) 한국협의회 대표부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