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 인공지능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지침

이승훈
입력일 2025-02-12 09:04:53 수정일 2025-02-12 09:04:53 발행일 2025-02-16 제 3429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비슷한 콘텐츠가 계속 추천되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콘텐츠가 이렇게 많은 것에 환호하며 계속 그 콘텐츠를 보다 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서비스 이용자의 관심, 성향, 그리고 콘텐츠 이용 행태를 분석하여 이용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알고리즘 덕분입니다. 그러나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제공받게 되면서, 자신과 비슷한 의견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만 주로 소통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기존 신념은 더욱 강화되는 반면,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를 ‘에코 챔버 현상’(echo chamber effect)이라고 합니다.

이 현상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한 동질감이 형성되어 유대가 강화되고,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슷한 정보에만 노출되면서 사고의 편향이 심화되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확신과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심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검증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허위 사실이나 가짜 뉴스)가 확산되면서 잘못된 믿음이 강화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지 못해 균형 잡힌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 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분열이 발생합니다. 사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일 추천되는 콘텐츠를 소화하기에도 바쁜 현대인들이 그 정보의 진위 여부를 따질 필요성을 느낄지조차 의문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AI 알고리즘의 늪에 깊숙이 빠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2025년 1월 28일,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문화교육부는 인공지능(AI)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이라는 문헌을 발표했습니다. 이 문헌은 총 117항으로 구성되며, 교육, 경제, 노동, 보건, 인간관계, 그리고 전쟁 분야에서 AI 발전이 가져오는 도전과 기회를 설명하며, 가톨릭 기관들과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AI의 윤리적 발전과 활용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인간은 여전히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이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핵심적인 단서로, 이 문헌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을 인용하여, AI와 관련해 ‘지능(intellige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35항), AI는 인간 지능의 인공적 형태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간 지능의 산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철학적·신학적 전통에서 인간의 지능(지성)은 논증하는 이성(ratio)뿐만 아니라, 진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지적 통찰(intellectus)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이면서 상보적인 차원을 드러냅니다.(14항) 또한 인간의 지능은 인간의 육체성, 관계성, 진리와의 관계, 세상에 대한 청지기직(stewardship) 등을 통해서 통합적으로 파악됩니다.(16~29항) 이 문헌은 AI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간 지능을 더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하루빨리 번역되어, 많은 분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옛것과 새것’(마태 13, 52)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 특히 최근 급격히 발전한 인공지능(AI)이 가져오는 도전과 기회에 대해 성찰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1항)

Second alt text

글 _ 최진일 마리아 교수(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연구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