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기후위기 극복 위한 본당·청년 모임 확산

민경화
입력일 2025-02-19 06:38:22 수정일 2025-02-19 06:38:22 발행일 2025-02-23 제 343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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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질서 보전, 우리 교구 이렇게 동참해요(중)

1991년 서울대교구를 필두로 생태환경 사목에 대한 관심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생태신학적 토대는 약했으나 ‘에너지 절약’,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저탄소 식생활’ 등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지속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모은 것이다.
그 가운데 대전교구는 탄소중립에 관심을 두고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세웠고 의정부교구는 기후위기를 더욱 가깝게 체감하고 있는 청년과 함께하는 사목에 집중했다. 녹색순교를 실천하고 있는 인천교구는 본당 생태환경분과와 하늘땅물벗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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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신관동본당 신자들이 탄소중립을 외치며 기후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대전교구, 생태환경 실천 활발…전국 최초로 태양광 협동조합 설립

대전교구는 전국에서 가장 처음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세웠다. 2019년 세워진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불휘협동조합)은 2024년 말 기준 조합원 2100명에 출자금은 약 23억 원가량이다. 불휘협동조합은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1호 갈마동 본당의 20kW로 시작된 발전소는 2024년 말 기준 31기가 건설을 마쳤다. 연 2951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1356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온다.

불휘협동조합 이사장 김대건(베드로) 신부는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불휘협동조합의 모태로서 신앙인들의 생태적 삶은 물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실천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성당’이 교구 안에 많아지면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교구의 탄소중립 선언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원동력이 됐다. 2030년까지 모든 본당과 기관의 전기에너지 자립, 204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발표한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각 가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을 줄일 것을 당부했다.

이는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지난해 5월 탄소중립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4개 본당을 선정해 인증서를 수여했다. 전기, 가스, 석유류, 물 사용량의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Zero)를 달성하고 탄소중립 인증지표 기준을 달성한 본당에게는 SOL 인증을,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본당에게는 LUNA 인증을 수여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막연한 것 같았던 탄소중립을 수치화하자, “우리도 가능하다”는 희망이 본당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대전교구 본당의 생태환경 실천은 그 어느 본당보다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올해에도 교구 내 건물 온실가스 진단을 활성화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장에서 거리 미사도 봉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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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7일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청숲 청년들.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의정부교구, 31개 본당 생태환경 모임 운영 

2007년 사회사목국 소속 환경농촌사목위원회로 시작한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을 고려해 2024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활동 역시 「찬미받으소서」 회칙이 발표된 이후, 구체적인 방향이 정립됐다. 회칙 발표 이후 가장 주력한 것은 「찬미받으소서 행동 자료집」과 「찬미받으소서 기도와 전례」를 발간하고 보급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왜 교회 안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의정부교구 안에는 22개 본당에서 생태환경분과가 설립됐고 다른 분과나 단체 소속, 혹은 동아리의 형태로 활동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31개 본당에 생태환경 관련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위원장 김승연 신부는 “관련 분과와 모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정형화된 활동의 틀을 갖추지 못한 곳도 존재한다”며 “따라서 생태환경위원회에서는 보조성의 원리에 입각해 2023년부터 교구 ‘찬미받으소서 월례미사’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찬미받으소서」를 토대로 나눔하는 시간을 통해 실천을 구체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청년기후모임 ‘청숲’은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사태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간절함을 담아 지난해 5월 설립했다. 더욱 오랫동안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나누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가입요건은 20~30대로 5개월 만에 100명의 청년이 모였다.

김승연 신부는 “가톨릭 청년이기 가능한 행동은 근간에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생태위기에 대응해 무엇인가를 실천할 때, 근간에 신앙이 자리한다면 이 행위가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지키자는 의미가 더해지는 것이 가톨릭 청년만이 가진 힘”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올해 ‘화석 연료 에너지 줄이기’를 실천과제로 선정하고 본당에 태양광발전 설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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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6일 열린 인천교구 하늘땅물벗 ‘지렁이벗’ 벗모임에서 사제들이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인천교구, 생태사도직단체 58개 활동 ‘전국 최다’

인천교구는 생태사도직단체인 하늘땅물벗이 58개가 활동 중이다. 이는 전국의 교구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제들로 구성된 ‘지렁이벗’도 인천교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단체가 활성화된 배경은 인천교구 환경운동의 뿌리에서 찾을 수 있다. 인천교구 환경사목은 1991년 환경에 대한 실천을 고민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인 환경연구모임에서 출발했다. 이후 가톨릭 환경연구소에서 가톨릭환경연대(1993년)로 이름을 바꾼 뒤 독립적인 단체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 무렵 교구 사회사목국 안에 환경사목부가 신설됐다. 환경사목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생태적 감수성 회복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고자 본당 환경분과 설립과 환경친화적인 본당 공동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는 32년이 지난 지금 58개 하늘땅물벗 설립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게 됐다.

특히 인천교구는 환경교리학교를 통해 생태영성교육에 집중할 뿐 아니라 지구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에도 연대하고 있다. 현재 강화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가톨릭환경연대와 함께 몽골 나무 심기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제들로 구성된 ‘지렁이벗’은 피조물 보호에 대한 사제로서의 사명감을 보여준다.

인천교구 사회사목국장 오병수(스테파노) 신부는 “사목지에서 혼자 하기 막연한 일들을 사제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함으로써 생태환경 실천을 구체화할 수 있다”며 “특히 환경 보전 운동이 사회운동과 구분하기 힘든데 생태적 실천에 신학적 고민을 나누고 교리스도교적 방향을 설정하는데 ‘지렁이벗’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계획에 대해 오 신부는 “‘찬미받으로서 7년 여정’의 중간 여정을 점검하며 목표 실행계획을 되돌아볼 계획”이라며 “본당의 생태환경사목 활성화를 위해 생태환경분과와 생태사도직단체 하늘땅물벗의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