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의사로 칭송받는 슈바이처(1875~1965)는 “생명을 북돋워 주는 것은 선이고, 생명을 부수고 가로막는 것은 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의사, 신학자, 음악가, 사상가로 당대의 최고 천재였다. 다재다능한 그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질병으로 혹독한 고통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의사가 되어 이들을 위한 진료에 평생을 바쳤고 그 공로가 인정되어 1952년 노벨상을 받았다.
슈바이처는 노벨상을 탔을 때에도 그 상금을 모두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사용했다. 마흔이 다 된 슈바이처가 아프리카로 떠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반대가 심했다. 편안하고 여유 있게 일생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난데없이 아프리카로 가는 슈바이처를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아프리카는 온갖 독벌레와 세균이 들끓었던 미개한 곳이었다. 의사도, 병원도, 약국조차 없었다.
그곳 사람들은 질병 속에 완전히 버려져 있는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슈바이처는 사람을 고치는 것은 의사의 본분이고, 자신이 의사가 된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를 이용하여 모든 생명을 구하는데 있다고 생각했다. 슈바이처는 재산을 다 털어 그곳에 병원을 지었다. 그는 질병과 더위와 싸우며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처음 제자들과 만났을 때 빠졌던 토마스는 다른 사도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부활을 믿지 못했다. 성경을 보면 토마스는 깨달음이 부족해 예수님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엉뚱한 반응을 하기도 한다. 예수님의 부활도 직접 보지 않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떼를 부린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께서 “너는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이는 행복하다”라고 하자 감격한 토마스는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Dominus meus et Deus meus)”이라고 고백한다. 이 고백은 지금까지도 가장 완벽한 신앙고백 중 하나로 보기도 한다. 토마스는 특별한 고집이 있어 가장 열성적이고 강직한 제자 중 하나였다. 이 구절은 의심 많은 믿음이라는 설교의 예화로 자주 등장한다.
예수님은 의심을 ‘불경하다’며 피하지 않고, “보아라” 하시며 제자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풀어주고 확신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 한 문장만 가지고 밤새도록 기도하기도 했을 정도다. 토마스는 성경에서 예수님에게 직접 하느님이라고 고백한 유일한 사도인데,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여 사도들의 리더 자리를 받았음을 생각해 보면 토마스의 신앙고백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예수님은 토마스를 많이 아꼈다. 예수님 말씀이 이해 안 갈 때 다른 제자들이 대충 가만히 있어도 토마스는 꼭 질문을 다시 했다. 맹신하는 것보다 토마스처럼 의심하고 질문하는 게 오히려 좋은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톨릭 전승에 따르면, 토마스는 인도에까지 복음 선포길에 나섰다 순교했는데, 토마스의 성격이나 도전성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