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순 시기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다음 주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시작으로 교회력의 중심인 성주간이지요. 요제프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ösers am Kreuze)은 성주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작품입니다.
하이든은 아주 경건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악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기도를 드렸다고 하지요. 그가 쓴 교회 음악 작품은 경건하면서도 화려했던 당대 교회 예술을 반영하며, 가톨릭 신앙과 교회에 대한 완전한 신뢰와 긍정을 담았습니다.
하이든은 교향곡이나 현악4중주가 아니라 교회 음악 작품을 자기 대표작으로 꼽곤 했는데, 특히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이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도 후기 교향곡과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사계> 이전까지 전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든 작품으로 꼽혔죠.
1785년 무렵, 스페인의 카디스(Cádiz)에 있는 산타 쿠에바 성당은 해마다 사순 시기에 거행되는 전례에 쓰기 위해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다룬 관현악 작품을 하이든에게 의뢰했습니다. 이 전례는 테네브레와 비슷하게 램프 하나만 밝혀 놓은 어두운 성당 안에서 펼쳐졌는데,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하신 일곱 말씀을 주교가 차례대로 낭독하고 설교와 묵상을 했으며 설교가 끝날 때마다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사실 가사도 없이 느린 템포의 관현악 작품을 일곱 곡 연달아 연주하는 구성은 음악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하이든은 기꺼이 의뢰를 맡아 음악적 긴장감을 잃지 않은 멋진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일곱 말씀에 해당하는 일곱 악장을 배치한 다음 D단조의 서주(Introduzione)와 성경에 묘사된 지진을 그린 마지막 곡 <Il Terremoto>을 앞뒤에 붙였습니다.
각 소나타는 저마다 일곱 말씀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가령 첫 주제 선율은 해당 라틴어 성경 구절의 리듬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실제로 하이든은 관현악 판본이 처음 출판될 때 가사가 1바이올린 파트 밑에 올바르게 적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풍부한 악상이 인상적이며, 장조와 단조가 번갈아 나오게 배치해서 다양함을 주었고 수난 장면을 음악으로 그려내는 회화적인 묘사도 돋보입니다. 가령 다섯 번째, 일곱 번째 소나타에 나오는 피치카토 음형은 각각 그리스도의 갈증과 숨을 거두는 순간을 상징하며, ‘빠르게, 온 힘을 다하여'(Presto con tutta la forza)라는 지시가 붙어 있는 마지막 악장의 격렬한 표현을 듣다 보면 누구든 지진을 연상하게 됩니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1787년에 초연과 출판이 이뤄졌고, 전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오라토리오. 현악4중주, 피아노 독주 등 다양한 편곡판이 나왔습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