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나의 기도」(348쪽/1만8000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는 원종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총장)가 고전음악을 듣고, 감동하고, 사랑하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고등학생 시절 자신을 사로잡은 음악, 사제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망설일 때 밤새워 반복해 듣던 음악, 새해나 연말이면 듣던 음악, 전례시기에 따라 듣던 음악, 새벽 동터오는 아침에 또 어두운 밤 하루를 정리하며 듣던 음악…. 어느덧 음악은 사제 생활에서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됐다. 그리고 원 신부는 ‘음악은 나의 기도’라고 고백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행복감과 충만함은 성체 앞에 앉아 기도하고 성경말씀에 대한 영적 묵상을 할 때 느껴지는 영적 체험과 비슷합니다.”
특히 원 신부는 “어떤 음악이든 음악에는 긍정의 힘이 있어서 좋다”면서 “음악은 인생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극복과 승화, 내면의 승리와 기쁨, 찬미와 영광 등으로 점철된 복음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음악들은 그리스도교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로 시작되는 산상수훈의 성경 말씀과 근본적으로 일치하고 있다”고도 강조한다.
각 글은 전례 시기의 중요 개념 중 일부에 따라 기다림, 희망, 고통과 슬픔, 행복 등 네 범주로 분류해 실었다. 한 곡 한 곡마다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풀어내 누구든 편안히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내용들이다.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작품번호 67번’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라는 성경말씀에 적용시켜 해설하는 방식도 이색적이다.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 또한 음악 전문가들이 쓴 해설에 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