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독자들은 2023년에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이웃들에게 아낌없는 후원을 보냈다.
2022년 12월 4일자부터 올해 12월 17일자까지 본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모두 14건. 이중 아직 모금이 진행되고 있는 ‘오토바이 사고로 쓰러진 31살 청년 가장 강병희씨’(12월 17일자 4면 보도) 사례를 제외하고 독자들이 모아 준 성금은 총 6억1776만2081원이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도 독자들의 성원은 한결같았다.
올해는 특히 병마에 시달리는 외국인 아이들에 대한 온정의 물결이 1년 내내 이어졌다. 가톨릭신문 독자들의 정성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는 이들의 근황을 전한다.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2022년 12월 4일자에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된 몽골인 소녀 군지(14)양은 감당하기 어려웠던 척추측만증 수술비용을 독자들의 성금으로 지원받은 뒤 기쁜 소식을 전해 왔다. 군지양은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굽었던 허리가 펴지고, 자랄 것 같지 않았던 키도 커졌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군지양은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 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면서 나중에 커서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올해 2월 5일자에 보도된 1.3㎏ 몸무게로 태어난 극소 저체중 필리핀 아기 제이콥은 10개월 정도 지난 현재 몸무게가 약 5㎏까지 증가했으며,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계속 받고 있는 중이다.
화학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두 살배기 아들 쩐 티 바어캉마저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고통을 겪었던 베트남 출신 노동자 쩐 응억 주이씨 가족은 본지 4월 30일자 보도가 나간 뒤 성금을 전달받고 11월에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주이씨는 조만간 한국에 다시 입국해 치료를 받을 예정이지만 아들은 차도가 없고 베트남에서도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5월 21일자에 보도된 극소 저체중 미숙아를 출산한 동티모르 이주노동자 엘리얀티·에지디오씨 부부에게도 독자들은 아낌없는 후원을 보냈다. 아기는 현재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아기가 입원했던 대구파티마병원도 엘리얀티 부부가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를 최소화 하는 등 후원에 동참했다. 이 소식을 들은 동티모르 이주민 공동체도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을 대구파티마병원에 전달하며 온정을 더했다.
8월 20일자에 사연이 전해졌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나 중증 뇌 질환과 장 질환을 앓고 있는 베트남 세쌍둥이들 중 첫째는 2.6㎏까지 자라 무사히 퇴원했다. 하지만 둘째는 미숙아 망막증과 장루복원 수술을 최근 받았고, 셋째도 같은 수술을 앞두고 있다. 아기들이 수술을 반복적으로 받으며 수술비가 많이 나와 쩐 반 뀌·쩐 티 화이씨 부부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강순영 사회사업팀장은 “면밀한 치료가 필요한 아기들이니 앞으로도 독자들의 도움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저체중 아기 출산 후 심장수술을 받은 세네갈인 탈 파투씨 사연은 11월 26일자에 보도된 후 6200만 원이 넘는 많은 성금이 답지했다. 파투씨 남편 아싼씨는 성금을 전달받고 “독자들의 정성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큰 사랑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6월 11일자에는 불의의 화재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휘상(토마스 아퀴나스·8·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군 사연도 전해졌다. 독자들은 올해 가장 많은 6816여만 원의 성금을 보내줬고, 이군은 독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치료와 재활을 거치며 보조기구에 의지해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은 화상으로 기형이 된 손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군의 어머니 이비아(비아)씨는 “도와주신 한 분, 한 분의 정성으로 휘상이가 조금 더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외국인도 우리의 형제
독자들은 어려움에 처한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따뜻한 정성을 모았다. 본지 9월 10일자에는 고국 나이지리아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려고 한국에 왔다가 심장질환으로 쓰러진 에메슨 아쿠마스씨 사연이 전해졌다. 에메슨씨는 의식을 잃은 채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다행히 의식은 찾았지만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뇌종양 수술 후 병실에서 치료 중인 사연이 본지 10월 15일자에 보도된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로산씨는 보도가 나간 후 건강이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고국에 있는 가족과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아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건강 회복과 가족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
2월 26일자에 보도된 남수단 출신 렝 가랑 렝(19)군은 선천성 다리 기형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 겨우 홀로 걷게 됐지만 재활치료가 계속 필요한 상황에 신장 손상이 발견됐다. 치료비 마련에 막막하던 상황에서 본지 보도 후 건강을 점점 회복하며 한글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 왔다.
3월 19일자에 원인 모를 복강내 출혈로 고통받고 있는 사연이 알려진 베트남 출신 유학생 다오 꽝 하(20)씨는 본지 도움으로 치료비를 해결하고 무사히 퇴원했다. 이후 입원해 있던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저처럼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며 300만 원을 기부해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지금도 힘겨운 이웃을 찾아
본지는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리는 이웃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4월 9일자에는 유년시절부터 시각장애로 고생하다 간암까지 발병한 전병무(빈첸시오)씨 사연을 보도했다. 독자들의 성금으로 병원 치료비 부담을 덜게 된 전씨는 병세가 호전되고 있으며 기도생활에 힘쓰고 있다는 반가운 근황을 전해 왔다.
11월 5일자에는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봉양하고 어린 아들을 키우기 위해 고국 한국에서 건설 현장 목수로 오래 일해 온 재중동포 김일홍씨가 중증 난치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 후 김씨는 독자들이 보내 준 성금으로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독자들 덕분에 치료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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