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지역민, 마산교구청서 무기한 농성

이도경 기자
입력일 2009-06-16 수정일 2009-06-16 발행일 2009-06-21 제 265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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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만 산업단지 가결 철회하라”
경상남도, 심의과정서 반대 의견 고의 배제
항의하던 할머니들 경찰 과잉 대응에 실신
심의자료 공개, 경찰 사과·피해보상 요청
경상남도와 마산시의 후안무치식 행정으로 수정트라피스트 수녀원과 지역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막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마산 수정만에 대해 경상남도가 지방산업단지로 가결함에 따라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원장 장혜경 수녀)과 수정마을 주민들이 마산교구청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경상남도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는 지난 5일 경남개발공사 회의실에서 마산시 구산면 수정만 매립지의 지방산업단지 지정 심의를 갖고 조건부로 가결했다.

산업단지 심의에서 경상남도는 도청 관계자와 STX, 찬성 측 주민들만 입회하에 진행했으며 반대하는 주민들은 아예 출입을 못하도록 통제하는 등 일방적인 행정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에 수녀원과 수정마을 주민들은 5일 밤 11시 마산교구청에 도움을 청하며 교구청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8일 오전 수녀원과 수정마을 주민 100여 명은 심의위의 결정에 반대하며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이를 저지하자 주민 할머니들이 시위를 벌이며 도청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 4명이 실신하고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수정 STX유치문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9일 오전 11시 도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70대 할머니를 상대로 과잉 대응한 경찰의 사죄와 피해보상, 산업단지 심의과정과 심의자료 결과를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장 장혜경 수녀는 “처음부터 이 투쟁은 집 잃은 가난한 이들의 승산 없는 싸움이었다”면서 “하지만 삶의 터전과 고향을 잃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복음적 가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갈 곳 없는 가난한 주민들을 따듯하게 받아준 교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어떻게 결정이 나든지 수녀원은 주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교구 미디어국장 차광호 신부는 “정부가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의 문제”라면서 “교회는 늘 약자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청에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무기한 농성을 시작한 트라피스트 수녀원과 주민들은 보다 많은 신자들의 관심을 촉구하며 쌀과 반찬 등 부식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