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제서품 성구도 ‘저를 차지하사 온전히 당신 것으로 삼으소서’로 정했습니다. 저는 주님의 것이고 주님 또한 저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교로서 사목표어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로 선택했습니다. 말씀이신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고, 사람을 통해 우리의 역사 안에서 계속 함께하신다는 것(임마누엘)을 널리 선포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광주대교구장으로 부르심을 받았을 때는, 광주는 빛고을이라 하니 참빛이 교회를 통해 비치길 소망하며 ‘말씀은 생명의 빛’이라는 사목표어를 새겼습니다. 말씀에서 생명이 주어졌고 또 그 말씀은 생명 안에서 자라나야 합니다.
여러분, 부르심이 자신의 것이 되려면 응답해야 합니다. 밭에 묻힌 보화를 갖기 위해 온 재산을 털어 그 밭을 사듯이(마태 13,44 참조) 내 모든 것을 내놓고 응답해야 합니다. 저 또한 자격은 없지만 부르심이 있기에 자격을 얻었으니, 천만 번이라도 빌고 노력합니다. 세상 끝날 주님께서 저에게 ‘날 닮았다’(성가 ‘임쓰신 가시관’·하한주 신부 詩) 하시며 저를 안아주시길요.
여러분, 누구든 그 안에 보화를 품고 태어납니다. 왜냐고요? 하느님의 뜻이 담겨 있으니까요, 하느님을 닮은 얼이 담겨 있으니까요. 특히 세례를 받으면 누구나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온 생을 다 해서 그 보화를 찾고 실천하는 것은 사제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명, 부르심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2티모 4,7)라는 말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남은 시간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앞으로 활동을 접더라도 ‘여러분과 함께 하는 그리스도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