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뜻하는 늘푸른 나무에, 희망·희생의 상징 가득 그리스도교 혹은 세속 축제 유래 등 크리스마스트리 기원은 추측 다양 장식은 주님 탄생 관련 상징들을 사용
어떤 나무들이 쓰일까
크리스마스트리로는 상록 침엽수가 주로 쓰인다. 높이 치솟은 가지는 하늘을 향한 숭배를, 사시사철 푸르름은 영원한 생명력을, 삼각형 형태는 삼위일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종은 전나무, 가문비나무, 구상나무 등이다. 그중 전통적으로 사용된 건 전나무다. 내한성도 강한 전나무는 높이 40m, 지름 1.5m에 달하며 흑갈색의 거친 줄기 껍질, 하늘로 곧게 뻗은 줄기 밑으로 펼쳐진 나뭇가지가 튼튼한 느낌을 자아낸다. 선형으로 뻗어나가는 숱 많은 침엽(針葉) 덕에 빈틈이 없어 장식을 달아도 비어 보이지 않는다. 가문비나무도 크리스마스트리로 자주 쓰인다. 작은 가지 주위로 바늘 모양 잎이 촘촘히 달려 장식했을 때 풍성해 보인다. 위로 뻗는 전나무 가지들과 달리 아래로 휘어지듯 늘어져 형성되는 유려한 삼각 꼴은 가문비나무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높이 50m, 두께 2m에 육박하는 크기로 인해 가정에서는 트리로 쓰기 어렵다. 한국 자생종 구상나무는 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의 95%를 차지할 만큼 가장 사랑받으며, 다른 두 나무에 비해 실내 장식용에 알맞은 조건을 갖췄다. 전나무나 가문비나무처럼 높게 자라지 않고 아담하며, 상대적으로 덜 빽빽해 장식이 돋보인다. 생장이 느려 작게 키울 수 있고 오목하게 끝이 파인 짧고 뭉툭한 잎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구상나무는 한국에서 선교하던 사제이자 식물학자 에밀 조제프 타케 신부(Émile Joseph Taquet)가 해외에 알렸다. 파리 외방 전교회 선교사로 제주 서귀포본당 주임(1902~1915년)을 지내던 타케 신부는 1907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 표본을 채집해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식물원에 보냈다. 미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Ernest Henry Wilson)은 1920년 구상나무를 ‘한국 전나무’(Korean Fir)라는 이름의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했다. 한편 국제적 멸종위기 등급을 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보전이 시급한 ‘위기’(EN)종으로 간주한다. 녹색연합은 2020~2022년 지리산 구상나무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지난해 8월 발표하며 “대표적인 기후변화 취약종인 구상나무가 몇 년 안에 고사 비율이 70~90%로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크리스마스트리 장식에 담긴 의미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중 별은 동방박사들을 안내한 ‘베들레헴의 별’을 의미한다. 별을 포함해 장식에는 주님 탄생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특히 예수께서 스스로 희생해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 희망을 되새겨 희생, 희망, 영원한 생명의 의미가 담긴 장식들로 꾸며진다. 4개의 대림초, 둥근 사철나무 가지로 꾸며지는 대표적 전례 장식인 대림환은 자신을 태워 빛을 내는 대림초를 통해 그리스도 희생 제사를 되새기게 한다. 대림 주간에 따라 점점 밝은 색으로 밝히는 촛불은 예수의 희생으로 우리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전한다. 사철나무 가지의 푸르름은 생명을, 둥근 꼴은 시작도 끝도 없는 하느님의 영원성을 나타낸다. 흰색(예수의 순결함)과 빨간색(예수의 피) 줄무늬를 띠는 지팡이 사탕(candy cane)은 예수(Jesus)의 앞 글자 ‘J’뿐 아니라 양떼를 모는 지팡이를 형상화해 우리 목자이신 예수의 보살핌을 상징한다. 태어나신 주님께서 우리 죄를 씻으셨음을 묵상하는 의미로, 죄의 정화를 상징하는 박하 과의 작은 풀 히솝(hyssop)을 대신해 박하 맛으로 만든다. 종(bells), 공(baubles) 장식 등은 주님의 탄생으로 연결된 천상과 지상을 뜻한다. 종의 추(clapper)는 종을 울려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 환희를 퍼뜨린다는 의미에서 하느님과 인류의 소통을 뜻한다. 공 장식의 동그란 모양은 둥근 지구, 태어나신 주님 안에 통합된 인류 세계를 상징한다.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