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더 선명해지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형상
주님 부활 대축일이 밝았다.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고 천국 문을 여신 예수님의 부활은 전례주년의 정점이자 그리스도교 신앙의 뿌리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 우리는 또 하느님의 거짓 증인으로 드러날 것입니다”(1코린 15, 14~15)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많은 예술가에 의해 다양한 장르로 표현되고 있다. 한국교회 성미술 속에서도 부활하신 예수님 이야기 작품을 여럿 찾을 수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미술 작품을 통해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만나본다.
▣ 개갑장터순교성지 ‘빈 무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 1)
해가 떠오를 무렵 돌아가신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 예수님께 향료를 발라 드리려 무덤에 간 마리아 막달레나와 여인들이 발견한 ‘빈 무덤’ 사건은 네 복음서에 모두 기록된 내용이다. 여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전주교구 고창 개갑장터순교성지의 십자가의길 제15처에서 마주하는 부활동산과 빈 무덤은 이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 준다. 특별히 원로 유리 화가 남용우(마리아) 작가의 모자이크 유리화로 형상화된 빈 무덤은 무덤에서 돌을 치우고 나오시는 예수님 모습, 이를 지켜보며 놀라는 여인들이 묘사돼 있다. 성경 속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 여인들처럼 우리 역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노틀담수녀회 ‘부활 이른 아침에’
노틀담수녀회 평화의 모후 관구에 소장된 김겸순 수녀(마리 테레시타·노틀담 수녀회)의 ‘부활 이른 아침에’도 이날 날이 밝아 올 무렵의 광경을 표현했다. 요한복음 20장 11-18절 내용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예수님이 돌무덤 밖에서 울고 있던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다. 시신에 바를 향유를 들고 왔다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없어진 것을 보고 우는 마리아 막달레나, ‘누구를 찾느냐’며 여인에게 나타난 예수의 모습이다. 하얀 옷을 입은 예수님 양 손바닥의 못 자국이 선명하다.
빈 무덤에서 나오신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평화의 인사를 나누시고 숨을 불어 넣으시며 ‘성령을 받으라’고 하신다.(요한 20,19-22 참조) 열두 제자 중 쌍둥이로 불리는 토마스는 주님을 보았다는 다른 제자들 믿지 않고 ‘그분 못 자국에 손가락과 옆구리에 손을 넣어야 믿겠다’고 말했다. 여드레 뒤에 제자들에게 다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손과 옆구리에 직접 손을 뻗어 넣어보라 하시고,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남긴다.(요한 20,24-29 참조)
▣ 서울 방화3동성당 성수대·서울 중계동성당 유리화 ‘부활’
서울 방화3동성당의 성수대는 토마스 사도에게 못 자국을 보여주시는 부활하신 예수님 형상이다. 장동호(프란치스코, 1961~2007) 작가의 이 작품에서 그리스도는 손을 뒤로 돌려 구멍 난 옆구리를 내어주신다.
서울 중계동성당 유리화 ‘부활’도 자신의 상흔을 직접 보여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게 한다. 박정석(미카엘) 작가가 레드케임 기법으로 작업한 이 작품은 예수님이 모든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아픈 부분을 드러내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달드베르의 묵직한 빛을 표현하기 위해 마띠에르를 살린 특별한 페인팅이 눈에 띈다.
▣ 대전 주교좌대흥동성당 대형 벽화
예수 부활을 소재로 한 작품 중 앙드레 부통 신부(Andre Bouton, 1914~1980)의 대전 주교좌대흥동성당 벽화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출신 성 베네딕도회 소속 선교사 앙드레 부통 신부는 1966년 한국에 와서 왜관수도원에 머물며 1977년까지 50여 개 성당 내부에 야수파 계보를 잇는 그림을 남겼다. 주교좌대흥동성당에 그린 10점의 벽화들은 그의 강렬하고 다채로운 표현 기법을 온전히 느껴보게 한다.
그중 ‘그리스도의 부활’은 십자가의길 14처 ‘무덤에 묻히시는 예수님’ 위에 그려졌다. 예수의 형상은 하얗게 그려져 있고, 얼굴은 동굴에서 나오신 것을 보여주듯 황토색으로 표현됐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이어진 붉은 ‘Z’는 모든 고통의 종말을 표시하는 듯하다. 손과 발, 등 뒤에서 솟구치는 푸른 빛은 수난과 죽음을 극복하고 이겨낸 부활의 영원한 신비를 보여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