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은 천주교의 기관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누가 종이 신문을 읽습니까? 교회 소식은 모바일로도 읽으려 하지 않아요.”
쓴소리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가톨릭신문에 관심을 가지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의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마냥 축하받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도 집 안에서 많은 일들을 해결합니다. 음식은 물론 커피도 배달시킵니다. 친구들과 직접 만나지 않고 SNS 등을 통해 소식을 전하고 친교를 나눕니다. 전자기기는 점점 발달하고, 여러 채널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게임을 하고 유튜브나 다양한 OTT 프로그램을 보느라 가족 간의 대화도 별로 없습니다. 긴 동영상을 볼 여유마저 없어서 짧은 콘텐츠(숏폼)를 쉴 새 없이 넘기며 봅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스마트폰을 보기에 바쁜 게 요즘 사회의 풍경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종교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허용된 방송 미사는 사람들에게 굳이 성당에 나가지 않고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어느 정도 심어 주었습니다. 이런 유혹은 젊은이들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많은 젊은이가 이젠 종교에 무관심해져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발간한 「한국 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가톨릭신문의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종이 신문의 형태는 10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변화무쌍한 세상에 결코 변하지 않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전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공자(孔子)가 「논어」(論語)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안다면 가히 스승이 될 만하다.”(「위정」,11) 여기에서 나온 사자성어가 ‘온고지신’(溫故知新)입니다. 그런데 ‘익힌다’라고 번역한 ‘온’(溫)이라는 글자는 차갑게 식어 버린 것을 다시 따뜻하게 데워 푹 익힌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내 안에 간직해 푹 익혀서 발효시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것을 알아 간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 복음 정신을 다시 가슴 깊이 품고, 식어 버린 신앙을 따뜻하게 데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새로운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야 할 것입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세상은 개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합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복음 선포의 사명입니다. 교회 신문으로서 가톨릭신문은 복음 선포의 최선봉에서 그 사명을 열정적으로 수행할 것입니다. 복음 정신을 세상에 알린다는 의미에서 당당히 교회의 기관지가 되겠습니다. 종이 신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새로이 구축하고 SNS를 강화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젊은이들도 쉽게 접하고 그들을 신앙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소식’(新聞)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00주년을 내다보며, 가톨릭신문의 모든 임직원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현재의 모습을 성찰함으로써 세상과 교회에 봉사하는 참된 교회 신문으로서의 전망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창간 97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독자와 후원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