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연기」 번역한 최경식 박사 명·청나라 선교사 샬 신부 저술…원문대역 싣고 주석도 달아
“「주교연기(主敎緣起)」는 ‘주님 가르침(主敎)’을 동서양의 철학과 당대 최신의 과학, 천문학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한 책으로, 우리 선조들도 읽던 책입니다.”
「주교연기」(아담 샬 지음/최경식 번역/2만5000원/아시아의빛)를 번역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이하 동복원) 중국문화연구팀장 최경식(스테파노·75) 박사는 “「주교연기」가 특별히 천학(天學)을 연구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천학은 ‘천주교’를 학문으로서 이르던 말로, 동아시아 문화권 안에서 선교사들이 저술한 저서와 그를 바탕으로 한 학문을 천학이라 일컫는다.
「주교연기」는 명·청시대에 중국에서 크게 활약한 독일 예수회 선교사 아담 샬 신부가 저술한 교리서다. 이제껏 우리말로 소개된 책이 없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우리 선조들에게 큰 영향을 준 서적이다.
“번역하면서 우리 신앙 선조들의 서적들과 비교해 보니 「주교연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복자의 「주교요지」는 「주교연기」의 요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최 박사는 그동안 동복원에서 여러 중국 천학서를 번역하고, 우리 신앙 선조들의 책들도 살펴왔다. 그러다 보니 「주교연기」에서 언급한 내용이나 표현을 우리 신앙 선조들의 글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주교요지」는 특히 「주교연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정하상(바오로) 성인의 「상재상서」에서도 「주교연기」와 일치하는 내용들을 찾을 수 있었다.
최 박사는 “「주교요지」와 「상재상서」의 많은 내용이 「주교연기」을 인용하면서 중국의 예를 조선의 예로 변경하고 있다”면서 “다른 책들도 연구하면 「주교연기」의 영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연구에 용이하도록 「주교연기」를 원문대역으로 편집하고,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이를 위해 「주교연기」 영인본에서 흐릿한 글자까지도 모두 분석해 의미 단위로 문장을 나누고 활자화했다. 영인본 이미지는 부록으로 수록했다.
중국에서 학위를 받은 최 박사지만, 고전이나 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아 번역 중 어려움도 있었다. 중국 지식층을 대상으로 저술된 「주교연기」는 중국 고전이나 경전을 풍부하게 인용해 그 숨은 뜻을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은 베이징대학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근덕(헨리코) 신부를 찾아 꼼꼼하게 감수를 받았다. 그렇게 5권에 달하는 「주교연기」를 2년에 걸쳐 번역해낼 수 있었다.
최 박사는 “봉사자로서 조금이라도 교회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번역했다”며 “이 책을 통해 여러 연구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구입문의 : 031-333-1779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