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특집] 지구온난화로 바뀐 과일지도 배·사과·귤 등 재배지 북상 중…남쪽에서는 아열대 과일 자라
‘나주 배, 대구 사과, 제주 감귤.’
지역 특산물로 오랫동안 즐겨먹던 과일들이 사라지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던 올리브, 망고와 같은 아열대 작물재배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온난화로 뜨거워진 지구가 한반도의 과일 지도를 바꿔놓은 것이다. 기온과 먹을거리의 변화는 곧 우리 삶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과일 재배지 북상 중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주요 과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기온과 재배지가 달라지면서 과일의 맛도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남 지역의 배 재배지는 2020년 1734㏊로, 2010년(3297㏊)보다 47.4%나 줄었다. 줄어든 배 밭은 경기도까지 북상, 안성에서만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특산물인 감귤도 내륙을 넘어 수도권까지 올라왔다. 같은 기간 제주도의 노지 감귤 재배 면적은 소폭 감소했고 전남의 노지 감귤 재배지는 3배로 늘었다. 나아가 경기 지역을 넘어 서울에서도 노지 감귤 농사가 시작됐다.
통계청의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산물 주산지 이동현황을 보면, 사과의 재배지가 경북에서 정선·영월·양구 등 강원 산간 지역으로 확대됐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경북 지역의 사과 재배지는 16.7% 감소한 반면 강원도의 사과 재배지는 164.3%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숭아 역시 충북과 강원 지역 재배가 늘어났으며, 포도 주산지는 경북 김천에서 충북 영동과 강원 영월로 올라오고 있다.
반면 아열대 작물 재배는 남쪽에서부터 증가하고 있다. 2001년 제주에서 첫 재배를 시작한 망고는 이제 ‘제주 망고’라는 이름을 달고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지중해 특산물’로 잘 알려진 올리브 역시 2016년 시험 재배를 시작해 2020년 기준 제주와 전남, 경남 등에서 총 20.86.ha 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올리브 나무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자랄 수 없지만, 지구온난화 영향 등으로 제주의 겨울철 평년 기온이 높아지면서 별도의 난방 시설 없이도 바깥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2090년 맛있는 사과 사라져
농촌진흥청은 연평균 기온이 1℃ 오를 때 농작물 재배 가능 지역은 81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154m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여름철(6~8월) 평균 기온은 2022년 24.5℃로 2002년(22.9℃)보다 1.6℃ 높아졌다. 지난 20년간 농작물 적정 재배지의 위도는 129.6km 북상하고, 해발고도는 246.4m 높아진 셈이다. 게다가 사과의 경우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정상 기후 때보다 크기도 작고 당도도 떨어진다.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안 함량도 낮아져 품질도 떨어진다.
2022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6대 과일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사과는 2070년대에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며 배와 복숭아는 2090년대에 이르러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맛을 내는 고품질 사과와 배는 2090년대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2090년대에는 복숭아도 전 국토의 5.2%만 기후적으로 재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