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아기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초등부쯤 되면 주일학교라도 있지만, 그 전의 어린 아이는 성당에 ‘머리 둘 곳조차’ 없다. 전례가 시작되면 대부분은 유리벽 너머에 ‘격리’되고, 아기가 얌전해 뒷자리 어디쯤 있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아기가 자연스럽게 하는 일들을 성당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성당 가운데 자리에서는 울 수도, 먹을 수도, 기저귀를 갈 수도 없다. 혹여 신부님이 괜찮다해도 신자들의 눈총은 여전히 따갑다. 고령를 넘어 초고령이 된 한국교회에서 아기란 존재는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5월 11일 수원교구 시흥지구 중심 성당인 시화성바오로성당 가운데 자리에 어린아이들이 가득 찬 모습은 참 반가웠다. 우는 아이, 젖병을 물고 있는 아이, 두리번거리는 아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아이, 잠자는 아이…. 아이들은 각양각색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예수님 앞에 나와 있었다. 이 각양각색의 어린이들이 성당 가운데 자리에 모여 참례하는 전례에서는 어느 때보다 생명력이 느껴졌다.
물론 유아세례식이니 어린아이들이 가운데 자리를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성당에서 사제들, 봉사자들, 전례에 함께한 모든 신자들이 어린이들을 불편해하지 않았고, 또 어린이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 모습이 따듯하게 다가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세계 어린이 날을 제정하면서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어린이들을 가운데 자리에 두고 그들을 돌보기 원한다”고 말했다. 보편교회의 흐름에 한국교회는 얼마나 함께하고 있을까? 언젠가 모든 성당에서 어린이들에게 가운데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때가 오길 손꼽아본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