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교회 내 청년 사목 공간
언젠가부터 성당은 청소년·청년들에게 마음 편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저 환대받는 분위기를 원할 뿐인데, 어른들은 자꾸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한다”며 발길을 끊은 젊은이는 팬데믹 전부터 많았다.
그런 젊은이들이 머물 수 있도록 교회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교구들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찾아와 신앙문화를 만들고 확산시킬 ‘공간’을 제공할 필요를 느꼈다. 공간은 ‘경험’이 일어나는 장(場)이자, 젊은이들이 아무 부담 없이 쉬며 신앙의 의미를 발견해 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통찰에서다.
그렇게 마련된 한국교회의 청년 사목 공간들은 어떻게 청년들 신앙에 일상성을 확보해 주고 있을까. 젊은이가 가장 붐비는 수도권 교회(서울·의정부·인천교구) 청년 사목 공간들을 통해 알아본다.
■ 공감하며 신앙 열정 발산하고 - 서울대교구 ‘청년문화공간JU’
공연기반 청년복합문화공간
‘JU콘서트’ 등 프로그램 다양
재단법인 서울가톨릭청소년회 청년문화공간JU(관장 피승윤 바울리노 신부, 이하 JU)는 2010년 청년들의 주 활동 장소인 홍대(동교동)에 만들어졌다. 청년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신앙의 활력과 좋은 만남을 체험해 그 에너지를 본당에서 발산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핸드메이드 성물 프리마켓은 기존 성물방에서 만날 기회가 없던 가톨릭 청년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청년 누구나 창작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 작가들 판매 금액의 10%는 취약 계층 청소년 가정에 기부된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음악피정과 마지막 주 목요일 성가 콘서트로 열리는 ‘JU콘서트’는 현실에 지친 청년들이 나’를 격려하며 ‘너’에 공감하는 연대를 통해 ‘우리’가 되는 세상을 희망하는 위로의 공연이 된다. “성당에 갈 틈이 없어도 목요일 퇴근길에 꼭 콘서트를 가서 힘을 얻는다”는 청년이 많다.
JU는 공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청년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젊은이들이 신앙 안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다리소극장에서는 매년 서울청소년가톨릭연극제가 열린다. 소극장에서 청소년들은 공동체적 삶과 예술을 나누는 과정 중심의 연극제를 통해, 성당·학교에서는 나누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펼친다.
또 ‘청소년문화공간JU’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사자격증, 바리스타, 토론·글쓰기, 코딩, 원어민 영어 대화 등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신앙이 없거나 성당에 가게 되지 않는 청소년·청년들은 이렇듯 JU에서 신앙과 꿈을 키우고 있다. 관장 피승윤 신부는 “언제나 열렸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JU에서 많은 친구들이 신앙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활기를 얻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기도와 쉼으로 친교 나누며 - 의정부교구 청년센터 ‘에피파니아’
청년 일상과 신앙 공간 조화
카페 느낌 라운지 등 마련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홍석정 가시미로 신부)이 운영하는 청년센터 에피파니아는 ‘청년을 환대하는 공간, 청년이 세상을 환대하는 공간’으로 2021년 일산 호수공원 로데오거리에 개관했다. ‘Epiphania’(라틴어로 그리스도의 공현이라는 뜻)라는 이름대로, 신앙의 깊이가 서로 다른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면서 삶의 메시아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넓은 지역에 비해 교통수단이 취약해 한곳에 모이기 힘든 교구 특성상 교회가 청년들을 찾아가 환영한다는 상징도 품었다.
센터는 청년들이 언제든 편하게 머무르며 휴식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카페 같은 분위기의 라운지는 미사, 강의, 그룹 모임, 피정, 공연장, 오픈마켓 등 온갖 용도에 맞춰 변신한다. 청년의 일상 공간과 신앙 공간을 연결해 주려는 개관 취지대로다.
음료가 제조·제공되는 바(Bar)는 이용 청년과 사제, 스태프 간 편안한 대화가 오가는 장소다. 가벼운 일상 대화로 시작하지만 늘 깊은 대화로 나아간다. 후속 면담과 고해성사를 요청하는 청년도 많다. 센터 상주 사제와 실무자도 운영 중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청년들을 맞이하고 환대한다.
만나 바스켓(Manna Basket)은 청년을 위한 다양한 쉼과 기도의 도구가 마련된 공간이다. 신앙·인문 도서, 기도 및 대화 카드 등 셰어링(Sharing) 도구, 보드게임도 비치됐다. 자유롭게 들러 도구를 고르는 청년들은 마치 본당에 있듯 편히 쉬며 자기도 모르게 신앙에 젖는다.
균형 있는 프로그램들은 청소년·청년의 건강한 일상과 신앙생활을 함께 돕는다. 퇴근길 미사, 작은 떼제 모임은 청년들이 영성을 일상처럼 실천하는 기회가 된다. 사회교리, 성경, 신학 등 신앙 클래스와 인문학 살롱, 비폭력대화 등을 주제로 한 성찰 클럽은 삶과 신앙이 일치되는 교육의 장이다. 개인 상담, 집단 심리 상담, 미술·음악 치료로 마음의 건강도 챙기고 영상 제작, 밴드 활동, 청년 문인회 등 활동 욕구도 채운다.
홍석정 신부는 “센터는 청년들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신앙생활을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청년들이 안 보일지라도 그들의 신앙이 죽은 것은 아니”라며 “센터를 찾으며 본당에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청년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소통과 나눔으로 희망 찾아요 - 인천교구 청년공간 ‘엘피스’
교구와 본당 연결하는 모임
생활 속 ‘친근한 공간’ 제공
인천교구 시흥·안산지구 청년공간 엘피스(센터장 정희채 안셀모 신부)는 그리스어로 ‘희망’이라는 그 이름처럼, 청년들에게 일상적 쉼과 위로가 돼주는 공간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경기 시흥 대야동에 개관했다.
엘피스는 지구 중심의 청년 사목을 목표로 둔 교구의 의지에 따라 지구 사목의 거점으로 역할을 한다. 청년 사목을 교구 중심으로 펼치면 소통 부재, 물리적 거리감으로 청년들이 오히려 고립되며, 개별 본당 중심으로 펼치면 청년들이 적은 인원으로 봉사에 허덕이느라 신앙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센터는 교구와 본당을 연결하는 교두보인 지구 청년들의 모임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설들을 갖췄다. 홀은 청년들의 필요에 따라 카페, 독서실, 보드게임장, 찬양 무대, 강의실, 성당으로 탈바꿈한다. 교구 청년성서모임을 위한 공간도 함께 마련돼 있어 매달 한 번 성경 특강이 펼쳐진다.
청년들이 평일 저녁에 모이는 시간이 많음을 고려해 ‘나눔식당’도 만들어졌다. 그간 청년들은 회의와 봉사를 위해 저녁을 굶고 모임에 참석해야 했다. 누구나 쉽게 요리하고 밥을 먹는 공간인 식당을 통해 청년들은 식사 중 나눔을 한다. 신앙 안에서 친교를 맺는 일은 센터를 찾는 청년들에게 생활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개관한 지 1년 채 안 돼 본격적 시설 활용은 아직이지만, 실무자들은 교회를 언젠가부터 낯설어하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집이자 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청년들을 다시 교회로 초대하는 하루 피정, 청년 반주팀 양성 프로그램, 사제와 청년들의 대화 식사 프로그램인 ‘사제의 식탁’도 계획 중이다.
옥상도 청년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조성해 주고자 디자인 공모전을 펼쳤다. 출퇴근길에 들르는 청년도 점점 늘고 있다.
정희채 신부는 “사람은 장소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교회의 ‘아침’인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내어주는 배려가 청년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