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라경숙 안젤라 플루티스트

이형준
입력일 2024-06-10 수정일 2024-06-11 발행일 2024-06-16 제 339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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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도구로 계획된 음악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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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라경숙씨가 서울 개포동 레슨실에서 자신의 플루트를 들고 피아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형준 기자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라는 구절처럼 주님께서 나를 쓰고자 하신다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고 믿어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하는 독주회 시리즈’라는 제목의 본당 후원 독주회를 열고 있는 라경숙(안젤라·44·제1대리구 보정본당) 플루티스트는 프랑스 젠빌리에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국내외 다수의 콩쿠르에서 음악적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은 플루트 연주자다. 지금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1년에 두 번 교구 내 본당에서 후원 플루트 독주회를 연다.

첫 본당 독주회는 2014년 말경 서울대교구 청담동본당 요청으로 시작됐다. 라씨는 “다른 연주회 일정도 바빠 고민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힘이 될 수 있는 후원 독주회가 전부터 하고 싶어서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5년 5월 첫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독주회 제목인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하는 독주회 시리즈’에 대해선 “연주회 중간에 들어가는 곡 해설을 본당 신부님께 부탁하는데, 이 구성에 딱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신부님이 곡 해설을 하시면 신자들이 더 집중하고 좋아하더라고요. 아무리 음악 전공자가 와도 ‘우리 신부님’이 하시는 친근한 해설을 따라잡을 수 없죠.”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보정본당을 비롯해 세 번의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라씨는 “후원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독주회가 열린 본당의 부족한 살림을 채우는 데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4년 만인 올해 5월 수지본당에서 팬데믹 이후 첫 후원 독주회를 열었다. 라씨는 “도심의 큰 홀에서 하는 독주회와 똑같은 구성으로 양질의 음악을 교구 본당 신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벌써 올해 9월에는 동탄본당, 내년에는 신갈본당이 예정돼 있다.

라씨는 가톨릭 음악인으로서 사는 것을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릴 적 매주 중고등부 미사 때 플루트로 영성체 묵상곡을 연주한 기억, 음악인을 준비하는 내게 신부님들이 하신 소중한 말씀들이 잊히지 않는다”며 “플루트를 전공한 것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이 하느님이 나를 도구로 쓰시기 위해 계획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독주회 외에도 성가 편곡, 각종 연주회, 레슨까지 병행하고 있지만 라씨는 힘든 기색 없이 앞으로도 후원 독주회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랐다.

“요즘은 주말을 가리지 않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자녀도 키우다 보니 몸이 남아나질 않지만,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도구가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