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이국적 풍경 맛집’ 성당 거닐며 기도와 쉼 함께해볼까

이형준
입력일 2024-07-08 수정일 2024-07-09 발행일 2024-07-14 제 340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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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특집] 여름철 가볼 만한 가톨릭 핫플

휴가의 계절이 돌아왔다. 모두에게나 짧고 소중한 휴가 기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는 싶지만 계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고즈넉한 성당을 거닐며 미사도 드리고 주변 볼거리도 챙기는 ‘진정한 휴식’을 계획에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나 SNS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알려진 성당과 주변 볼거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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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몰또 에스프레소 바에서 바라본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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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1898 광장 입구.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모두가 아는 그곳,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국내 가톨릭 ‘핫플레이스’를 꼽으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명동대성당이다. ‘소개’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명동대성당은 한국교회는 물론이고 명동을 대표하는 장소다.

몇 년 전 성당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카페가 화제를 모았다. ‘몰또 에스프레소 바’는 성당 건너편 PAGE 명동 3층에 있다. 여기서 바라본 성당과 벽돌로 지은 파밀리아 채플, 교구청 등 건물은 가까이에서 볼 때와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커피잔을 한 손으로 들어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저 멀리 성당을 흐릿하게 실루엣만 보이도록 촬영한 사진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이다. 다만 ‘몰또 에스프레소 바’는 올해 6월 29일~8월 초까지는 영업하지 않으므로 도전해 보고 싶다면 카페가 다시 여는 8월 초까지 인내심을 가질 것.

또 명동대성당 지하에는 1898 광장이 있어 카페, 서점, 전시장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실내에서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싶거나, 기도·묵상할 수 있는 공간과 편의시설 접근성을 모두 생각하면 명동대성당은 좋은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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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구대교구 가실성당의 모습. 배롱나무꽃은 주로 여름에만 볼 수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여름엔 배롱나무꽃으로 물든다, 대구대교구 가실성당

대구대교구 가실성당은 칠곡군청 쪽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5분 정도 가면 나온다. 1895년 완공된 역사 깊은 성당으로 2004년작 영화 ‘신부수업’ 촬영지로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다.

성당은 신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정면 중앙에 종탑이 있다. 성당과 사제관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조그만 마을 한쪽의 오래된 가실성당은 특유의 분위기로 유럽 시골 마을에 온 듯한 평화로움을 줘 교우들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도하기에 제격이다.

성당이 1년 중 가장 화려할 때가 있는데, 바로 여름철에 피는 배롱나무꽃이 한창일 때다. 최근 몇 년 사이 성당이 SNS를 통해 더 유명해진 것도 이 배롱나무 다섯 그루에서 핀 꽃이 한몫했다. 정원에 심어진 배롱나무들은 7월~9월의 성당을 더욱 알록달록하게 물들인다. 덕분에 MZ세대 관광객·사진가들은 꽃이 피는 여름 가실성당을 많이 찾아간다.

성당은 왜관역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역 근처 성 베네딕토회 왜관 수도원과도 가까워 혹시 수도원에서 피정할 계획이라면 오며 가며 방문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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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찍은 마산교구 문산성당의 모습. 성당 외벽의 오묘한 색깔이 눈길을 끈다. 경상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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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교구 문산성당의 한옥 건물과 그 뒤로 보이는 성당 건물.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동양과 서양 건축의 만남, 마산교구 문산성당

경남 진주에 있는 마산교구 문산성당은 2020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1905년 서부 경남지역에선 처음으로 설립된 성당으로, 광복 전까지 이 지역 천주교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1908년 한옥으로 지은 옛 성당과 1937년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현 성당이 공존하고 있어 동·서양 건축물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성당은 드라마 촬영지였던데다가 잔디밭, 나무와 꽃 등이 잘 어우러져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 성당의 미묘한 외벽 색깔. 회백색과 옅은 하늘색을 섞은 듯한 성당 건물은 특히 맑은 하늘과 어울려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또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에 따라 조금씩 건물 색감이 달라지는 묘미도 있다.

한옥 옛 성당과 현 성당이 같이 나오도록 찍을 수 있는 ‘사진 스팟’도 있다. 이질적인 두 건물이 주변 푸르른 나무들과 어울려 오히려 조화를 이룬다. 다만 사진을 찍는다면 성당 뒤를 가로지르는 남해고속도로가 나오지 않게 해야 ‘옥에 티’를 줄일 수 있다. 다행히 여름에는 울창한 나무가 도로를 어느 정도 가려준다.

성당으로부터 약 2.5km에 물초울공원이 있고, 또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과 LH 토지주택박물관 등 문화교육시설이 있어 가족과 여행 중이라면 들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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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 바라본 수원교구 안성성당의 모습. 서양 건축 양식과 한옥 건축 양식이 공존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안성 포도의 근원지, 수원교구 안성성당

흔히들 ‘구포동성당’이라고도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수원교구 안성성당이다. 2008년 방영된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지인 성당은 그 유명한 안성 포도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우선 동·서양 양식이 한 건물에 공존하고 있는 게 큰 특징이다. 방문객이 성당 정면을 처음 본다면, 뾰족한 탑과 둥근 아치형 입구로 이뤄진 유럽풍 성당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옆으로 이동하면 입구 탑을 제외한 건물의 외부 몸통이 전부 전통 한옥 양식임을 알 수 있다. 성당 내부는 모든 부분이 목재인데, 전통적인 한옥 양식에 서양식 건축법이 혼합돼 이국적인 느낌이 더해졌다.

또 성당 문 앞에 서면 2000년 10월 건축한 ‘100주년 기념성당’이 눈길을 끈다. 외부는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현대적인 멋을 살렸고, 성당 내부는 옛 성당과 비교해 넓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렇듯 안성성당은 서양 전통 건축, 한국 전통 건축, 현대 건축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정원에는 십자가의 길과 안성 포도의 근원지답게 포도나무 덩굴도 있다. 특히 포도 수확철인 7월~9월 사이엔 먹음직스러운 포도 열매를 직접 볼 수도 있다. 더불어 본당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로고스탑과 100주년 기념관이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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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포도의 근원인 포도덩굴에 포도가 열려 있다. 덩쿨 뒷편으로 성당 전경이 보인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