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망재단 이상준 상임이사, “고통받는 이웃 만연한데 나만 행복할 수 없어” 올마이키즈 지연실 국제협력팀장, “가난한 아이들 돕다 보니 저절로 마음의 휴식”
여름 휴가철 방문객이 붐비는 동남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 그런데 오히려 사랑 실천을 위해 그 더위 한복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제협력 활동가들이다. 휴양객들이 에어컨 나오는 호텔에서 쉴 때 활동가들은 전염병이 도는 밀림이나 흙바닥 오지마을에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존엄한 삶의 기회를 선사하고자 발로 뛰고 있다.
이렇듯 모두가 피하는 더위 속에 서슴없는 열정으로 뛰어드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우리도 ‘차갑게’ 몸을 식히는 한편 가슴속은 ‘달아오르는’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올여름도 가난한 이들의 메마른 세상을 기꺼이 찾아 ‘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슬땀으로 촉촉하게 적시고 온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서북원 베드로 신부)·올마이키즈(이사장 김영욱 요셉 신부) 국제협력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한국희망재단 이상준(알렉산데르) 상임이사
기후위기로 이상고온·가뭄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
올여름 ‘나눔’ 실천 어떨까요
7월 10일 인도 타밀나두주 칸치푸람·첸나리 지역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곳 ‘달리트’(카스트에조차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 주민들을 위해 땅 찾기 운동, 식수 개발, 유기농업 단지 조성 등 사업을 펼치고자 6일부터 머물고 있습니다. 수많은 불이익을 당하던 달리트들과 한국희망재단이 함께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52개 협동조합과 2500여 명 조합원이 연대하는 여성 유기농업 협동조합 연합회도 이뤄졌죠.
저는 이렇듯 아시아·아프리카 15개국에서 현지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지구촌 이웃이 많기에 올여름도 느긋이 쉴 틈은 없습니다. 인도에 오기 직전에는 네팔 랄릿푸르 지역에서 한부모가장 여성들의 농업기반 및 역량 강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생계지원 사업을 펼쳤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이 황무지를 개간해 유기농 작물을 생산하고, 친환경 가공 제품을 만들어 지속적 소득을 창출하고 자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네팔은 우기가 한창입니다. 무겁고 습한 날씨에 지하수 관개시설과 비닐하우스 10개 동 설치, 농업협동조합 관리 훈련에 보건·리더십·마케팅 관리 훈련까지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힘이 났습니다. 구슬땀 흘리며 환하게 웃는 주민들의 미소는 장기 출장의 피로를 날려주는 귀한 비타민이에요.
소소한 보람만으로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동화 속 이야기겠죠? 지난해 7월 학교, 진료소 건립과 식수 개발 등 사업들로 탄자니아를 찾았을 때는 흙먼지가 날리고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화상이나 색소침착으로 피부가 손상되기도 했습니다.
10월 짐바브웨 시골 하라레 지역을 찾았을 때는 이상 고온으로 낮 기온이 38℃까지 올라갔어요. 시골 마을에 에어컨이 있는 숙박시설이 있을 리 없죠. 선풍기도 없는 작은 방에서 이틀을 지내야 했어요. 우르르 들어오는 모기를 막으려면 숨이 막혀도 모기향을 잔뜩 피우고 여윈잠을 잤습니다. 작은 벌레와 도마뱀이 방에 들락거리는 건 예삿일이었고요.
하지만 이런 곳이 저희가 함께하는 가난한 사람들 삶의 터전이잖아요.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이 만연한 가운데 나만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는 사명, 그 한뜻으로 함께하는 동료 활동가들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매번의 체험에서 늘 열정을 충전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는 말씀대로 다들 ‘주님의 협조자’가 되는 기쁨을 서로 고백하거든요. 심지어 좋으신 후원자님들의 충실한 심부름꾼, 희망의 배달꾼인 저희가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현지 사업지를 방문하며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어요. 이상 고온, 가뭄, 물 부족에 지구촌 가난한 사람들이 더 취약하고 더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에 사는 우리가 그들보다 1인당 에너지 소비가 훨씬 많답니다. 책임이 더 큰 만큼 보속하는 마음에서라도 ‘나눔’의 가치를 올 휴가철 실천해 보는 건 어떠신가요?
■ 올마이키즈 지연실(소사 세실리아) 국제협력팀장
극한의 고통에 살고 있어도
훈훈한 정으로 반기는 아이들
지금의 노력 결코 힘들지 않아
6월 5~10일 캄보디아 시골 뿌삿 지역 아이들과 프놈펜, 씨엠립, 바탐방 등 곳곳을 다녀오기 무섭게, 다음 달 또 캄보디아에서 다른 아이들 30여 명과 전국 여행할 준비로 7월은 여념이 없습니다. 올마이키즈에서는 본국 여행 경험조차 없는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한 ‘꿈을 위한 순례길’ 2박3일 수학여행을 올해 3월, 6월, 8월, 11월 4차례 계획해 펼치고 있거든요.
올마이키즈는 22개국 44개 지역 2000여 명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후원자와 1대 1 결연을 맺고 고등학교 졸업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방문한 캄보디아는 특히 가난합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은 “아이들이 가난이 무언지도 모를 수 있다”고 말씀하셔요. 더위 속에 사는 사람이 추위가 뭔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뿌삿 아이들은 마을을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친구가 많아요. 이장님이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조차 그렇죠. 아직 수학여행을 못 떠냔 친구들만 1000명이 넘어요.
가난의 굴레는 잘사는 나라 사람도 스스로 끊어내기 어려운데, 개발도상국 시골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성장기인 아이들이 적어도 다른 친구들 못지않게 “나도 마을 너머의 세상쯤은 알아!” 하는 자존감을 지니고 자라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지금의 노력은 얼마든 아깝지 않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 중인 집 지어주기 사업으로 캄보디아를 몇 번을 방문했지만, 말 그대로 무더위예요. 부채, 냉장고 바지, 선크림을 총동원해도 땀띠는 필수, 물을 아무리 마셔도 목이 탑니다. 쌀을 짊어지고 가정방문을 하는데, 가난한 집은 마을에서도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차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해요. 댕기열, 식중독 위험은 신경조차 쓰지 않게 됐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현실을 마주하면 더위가 뭔지도 모르게 돼요. 수학여행 후 뿌삿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의 집을 하나하나 방문했습니다. 자녀만 8명인데 40일 된 갓난아이가 딸린 엄마, 투병 중인 아빠, 나무판자로 아무렇게나 지어진 집에는 비가 들이쳤어요. 동행한 후원자들과 함께 각 가정에 쌀, 식용유, 액젓, 라면, 설탕 등 기본 식료품을 전달했는데, 한 후원자가 “이런 데서 우예 사노?” 하며 울던 장면은 지금도 먹먹하네요.
그런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손 선풍기를 쓸 수 있겠어요. 말이 통하지는 않아도, 아이들에게 “덥지?” 하며 함께 참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훈훈한 정으로 답해오죠. 환영의 붉은 실 팔찌를 묶어주고, 두 손을 모으고 빙그레 웃으며 “어꾼쯔란(감사합니다)”하며 달려와 허물없이 안깁니다. “얘들 성장 과정에 우리가 함께하는구나” 하는 보람에 눈가가 시큰거려요.
저희는 ‘모든 아이가 웃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위해 오늘도 움직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찾아서 돕다 보니 저희도 저절로 마음의 휴식을 누리고 있죠. 다가올 8월, 올마이키즈와 함께하는 캄보디아 기부여행은 어떠세요?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