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눈높이 맞춰 교리 교육의 새로운 방향 제시” 네덜란드 주교회의 지음 / 박종주 신부 옮김 / 920쪽 / 4만원 / 성서와함께
점점 더 세속화되어 가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종파와 이단이 난무하는 한국의 그리스도교 상황에 식상해 있으며, 신자들 역시 오래전 세례 당시 배웠던 교리에 대한 기억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가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교리서 마련이 교회의 급선무 가운데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히 유용한 교리 교육 도구가 새 단장을 하고 한국교회에 소개됐다. 「가톨릭 신앙 입문: 화란 새 교리서」 수정 증보판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쇄신과 적응이라는 화두에 걸맞게 현대인의 실존적인 상황과 눈높이에 맞게 집필된 교리서로, 출판 당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오랫동안 많은 예비자 교리교육뿐만 아니라 신자 재교육에 큰 역할을 해왔다.
화란 교리서는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인간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서부터 제시하고 있다. 이 교리서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시까지 널리 퍼진 문답식이나 연역적 방법이 아닌, 계시 진리를 중심으로 하는 첫 번째 서술식 교리서였기 때문이다. 이 교리서는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새로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이 교리서는 ‘말씀’에서 출발하는 가운데 계시 진리를 제시하고 있다. 중요하지만 딱딱할 수밖에 없는 교의나 교리가 그 중심을 이루지 않고, 하느님 말씀 안에서 구원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또 인간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즐거움 등 우리의 일상을 하느님의 구원 활동과 분리하지 않는다. 때로는 인생 문제에서 시작하여 선(善)을 향한 끊임없는 인간의 갈망을 파고들고, 여러 민족의 종교 안에 있는 하느님의 흔적을 찾아 가톨릭 신앙으로 나아가도록 자연스럽게 초대한다. 교리서는 크게 5부로 구성돼 있다. 전체 구조는 신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실존적 상황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들을 숙고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만나게 하는 귀납적 전망을 제시한다.
역자는 지난 2004년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교에서 교리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해서 12년간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로서 신학생을 양성하고, 동시에 10년 이상 주교회의 소속 교리교육 위원회 총무로 활동한 교리교육학자인 부산교구 박종주(베드로) 신부다. 박 신부는 몇 년 전 사제품 은경축을 보내며, 교리교육학자로서 한국교회에 의미 있는 열매를 맺어주고 싶은 지향으로 이 방대한 작품의 수정 증보판을 준비했다. 몇 년간 이어진 박 신부의 작업을 통해 그간 교회의 곳간 깊숙이 숨어 있던 이 보화가 새롭게 단장해서 신자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 _ 윤주현 베네딕토 신부(가르멜 영성연구소장)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