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중증 지적장애에 교통사고로 복부 근막·대장 파열 장기 치료 필요한데 병원비는 막막…"산산이 무너진 일상…다시 일어서고 싶어요"
“빨리 나아서 식구들이랑 야구장에 꼭 가고 싶어요.”
김태윤(토마스모어·59) 씨가 스스로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몸이 쇠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장루(배변주머니)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선천적으로 중증 지적장애를 지닌 김 씨는 사실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다. 그럼에도 이토록 희망에 차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 거주시설 ‘바다의 별’ 식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바다의 별에 입소하게 된 것은 2009년. 길거리에 노숙하면서 거리에 버려진 음식 등으로 연명하던 김 씨를 지자체가 발견해 바다의 별에 인계했다. 무연고자에 지적 장애를 지니고 거리를 헤매오던 김 씨에게 바다의 별은 가족이 돼줬다.
김 씨는 바다의 별에 함께하는 신부나 직원을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시설 종사자나 시설에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형제처럼 여기면서 삶에 희망을 쌓아왔다. 이들과 함께 이따금씩 야구장을 찾는 것이 김 씨에게는 더없는 행복이었다. 또 장애를 딛고 직업 훈련을 받으면서 착실히 통장에 저금하는 것도 김 씨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7월 23일 갑작스럽게 난 교통사고는 김 씨의 일상을 산산이 무너뜨렸다. 특히 복부의 온 근막은 물론이고 소장과 대장이 파열돼 수술, 그리고 재수술을 거듭해야 했다. 50일가량을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맸다. 천만다행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건장하던 체격이 반쪽이 될 정도로 근육이 손실되고 외소해 졌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마치더라도 평생 남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지만, 김 씨는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생명을 건진 기쁨도 잠시, 곧 치료비의 무게가 김 씨를 짓눌렀다.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입원 기간도 길었던 탓에 병원비만 5800만 원이 나왔다. 운전자의 사정으로 보험처리도 불가능해 병원비를 온전히 김 씨가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김 씨의 통장에 잔고가 800만 원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업 훈련센터에서 일하며 받은 월 16만 원을 아끼고 아껴 착실히 모은 돈이었다.
바다의 별에서도 김 씨의 병원비를 지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돈을 마련하기가 녹록지 않다.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아 계속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대장이 회복되면 장루를 복원하는 수술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병원비는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바다의 별 남윤희(마리스텔라) 운영지원팀장은 “워낙 위험하다는 소견이 커서 장례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밝은 모습으로 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내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회갑잔치를 하실 수 있도록 회복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장기 치료가 필요해 많은 분들의 따듯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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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금기간: 2024년 10월 2일(수) ~ 10월 22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