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

[사형제도 Q&A④] 다수결로 생명을 정한다고요?

민경화
입력일 2024-10-18 수정일 2024-10-24 발행일 2024-10-27 제 341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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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공동기획]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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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폐지 서명운동.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제공

Q4. 국민 법감정, 여론은 사형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잖아요. 국민 대다수가 사형제를 존치하자고 하면, 사형제도를 존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A.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인 1000명과 전문가 132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 형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7%가 사형제 유지에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0.6%였으며 그 이유로는 ‘생명은 박탈할 수 없는 기본권이기 때문에’가 51.9%, ‘오판가능성’이 50.5%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사형제가 폐지될 경우 대안으로는 응답자의 77.2%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여러 여론조사에서 사형집행을 찬성하는 의견이 여전히 높습니다. 하지만 사형제도는 개인과 밀접한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응답자 모두가 숙고한 뒤 결정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형제 유지 여부는 여론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기보다는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의 국가에서도 사형제 유지에 대한 국민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사형제도가 폐지됐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1981년 법적으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전면 폐지했습니다. 긴 공개토론, 대통령의 사면, 초당적 연구 그룹, 법원에서의 법적 조치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호베르 바뗑데흐 법무부 장관의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폐지가 이뤄졌습니다. 사형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는 등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사형 폐지를 이끌었습니다.

2018년 한국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의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사형반대단체인 리프리브(Reprieve) 대표인 줄리언 맥마흔 변호사는 사형제를 폐지한 호주의 경험을 소개하며 “여론이라는 것은 어떤 질문을 받느냐, 어느 정도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일본의 사형제도에 대한 최근 전개상황: 여론과 시민 판사 제도를 통한 일본 대중의 역할」(2017) 연구는 사형제도 찬반 여론조사에 허점을 지적합니다. 연구자들은 사형에 찬성한다고 밝힌 83.3%를 대상으로 추가로 유사한 질문을 제시한 결과, 71%는 정부가 사형을 폐지하면 그냥 수용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힙니다. 사형제에 대해 큰 열의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대중의 대다수에게 사형은 그들의 일상생활과 거의 관련이 없는 먼 주제이며 그들이 시간을 할애해 깊게 숙고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다수의 대중은 일반적으로 질문할 경우 사형에 찬성하지만 얼마나 강력하게 또는 무조건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기를 원하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목숨을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