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 서리풀정원 조성해 축복
지역의 슬럼화된 공간이 본당 공동체와 만나 밝은 빛을 되찾고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주임 박성우 요한 사도 신부)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에 ‘서리풀정원’을 조성하고 지난 11월 10일 축복식을 가졌다.
성당 동편에 자리한 2400㎡ 면적의 녹지. 서리풀정원이 들어서기 전 벤치 몇 개가 놓여 있던 이곳은 성당 벽과 경부고속도로 방음벽에 가로막혀 밤에는 청소년들이 종종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있기 일쑤였다.
본당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서초구와의 녹지입양 협약식을 통해 서울시 1호 녹지입양 기관이 됐다. 녹지입양은 녹지에서 가까운 기관이나 단체에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본당은 협약에 따라 5년간 이 공간을 관리한다.
본당은 서초구의 지원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자리한 정원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했다. 신자가 아닌 주민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색채를 절제한 14처 조각을 세우고, 신자들에게는 십자가의 길에 대한 해설집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였다. 그동안 성당 안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던 신자들은 푸른 신록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 보다 깊은 교감을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관리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교회가 지향하는 연대성 실현에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본당은 서리풀정원에서 시화전과 음악회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박성우 신부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 주셨던 예수님처럼 성당의 공간도 누구나 와서 기도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리풀정원은 신자가 아닌 누구나 오셔서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