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그림책으로 마주하는 生의 마지막…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주연
입력일 2024-11-29 수정일 2024-12-02 발행일 2024-12-08 제 342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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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엔딩을 위한 웰다잉 수업」
노화와 죽음, 이별, 상실 등 웰다잉 주제 그림책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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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정 지음 / 336쪽 / 2만2000원 / 초록비책공방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면서 잘 살아감, 즉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잘 나이 듦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다잉’(Well-dying)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는 현실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는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 사람은 나와 주변 가족의 죽음과 상실, 이별을 떠올리는 일이 늘 두렵고 난감하다. 그런 면에서 웰다잉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개념이다. 개별 인간의 고유한 삶을 인정하고, 회피하고 싶고 두렵기만 한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뒤의 상실과 비탄, 애도 후 다시 살아감의 과정을 긍정하며 삶의 의미를 찾게 한다.

책은 이런 방대한 웰다잉 의미를 그림책과 연결해 표현했다. 오랫동안 그림책으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해 온 저자 손희정(마리아) 씨는 노화와 죽음, 이별, 상실, 애도, 다시 살아감이라는 웰다잉의 모든 주제를 그림책 세계 안에서 펼친다. 그리고 늘 우리 곁에 있는 죽음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더 성장하도록 격려하면서, “죽음을 배우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때,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게 된다”고 들려준다.

간결한 글과 압축적인 그림이 특징인 그림책은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생과 사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동안 선뜻 쉽게 꺼내기 쉽지 않은 죽음이라는 주제가 부담 없이 다가온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됐다. 1부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죽음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토록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인지 그 뿌리를 살핀다. 2부는 ‘노화와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양한 그림책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에서는 떠나고 난 뒤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한 인사와 선물을 공개한다. 이어서 4부에서는 ‘상실과 애도’가, 5부에서는 ‘삶과 죽음의 여러 얼굴’이 다뤄진다. 여기서는 가족 지인을 떠나보낸 후 남은 이들이 울음을 털어내고 어떻게 텅 빈 마음을 채우는지, 잘 애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삶과 죽음을 미리 겪은 그림책 주인공들도 따라가 볼 수 있다. 마지막 6부 ‘긍정하기와 다시 살아가기’는 생을 긍정하며 씩씩하게 죽음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웰다잉과 관련한 활동도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저자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일이 바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림책 속에서 죽음과 관련된 여러 장면을 마주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가족, 친구, 지인 심지어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언젠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죽음의 존재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사의 다양한 모습을 그림책으로 미리 만나보는 가운데 우리의 아름다운 엔딩도 상상하며 그려보게 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