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낮은 곳 위해 사랑의 불 지피는 ‘희망의 종소리’

민경화
입력일 2024-12-09 수정일 2024-12-10 발행일 2024-12-15 제 342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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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온기 전하는 ‘구세군’ 유래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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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에서 한 어린이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딸랑~ 딸랑~”

추위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12월, 북적이는 서울의 명동 거리를 지나며 한 번쯤 들어 봤을 종소리.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에서 코끝이 시린 추위를 견디며 듣는 종소리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보이지 않아도 소리만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구세군의 종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하는 군대(The Salvation Army)라는 뜻의 구세군(救世軍). 그 이름처럼 제복을 입은 구세군 사관은 전국 곳곳에서 종을 울리며 세상을 함께 구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유래는 1891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배가 좌초돼 생긴 1000여 명의 난민과 도시 빈민을 위한 모금 활동 중 한 구세군 여사관이 쇠솥을 다리에 놓아 거리에 놓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로 기금을 모은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1928년 한국으로 건너온 자선냄비는 붉은색 옷을 입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명동에서 처음 모금을 시작했다. 구세군이 한국에서 종을 울리며 불우 이웃을 돕기 시작한 역사는 무려 96년이 됐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기금 사용 원칙은 사회안전, 건강증진, 환경개선, 역량강화, 기초생계 등 5가지다. 따라서 구세군은 자선냄비 모금액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 그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 정서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세군의 이러한 실천은 사랑으로 생명을 살리는 그리스도의 정신에서 뻗어 나왔다.

구세군을 창립한 것은 감리교회 목사였던 영국인 윌리엄 부스다. 목회자로서 성공과 명성을 얻었음에도 윌리엄 부스는 보다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사목을 하고자 목사 자리를 사임하고 구세군을 창립했다. 이에 구세군은 창립자의 정신을 따라 사회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구세군의 대한민국 지부인 구세군대한본영은 ‘마음은 하느님께, 손길은 이웃에게’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특히 실천적 복음을 핵심으로 따르는 구세군대한본영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개혁으로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군복을 입고 사역하는 것 역시 신앙을 눈에 보이는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함이다. 아울러 구세군의 상징인 자선냄비는 ‘세상 가장 낮은 곳의 내일을 위해 사랑의 불을 지피는 희망찬 자선냄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 땅에 복음이 전하는 희망을 전파하기 위해 종을 울리고 있다.

구세군 한국군국 장만희 사령관은 “높임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 칭송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내쫓김을 당하고 멸시를 받는 자리라 하더라도, 복음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구세군이 먼저 다가가겠다”며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가 우리의 이웃을 섬기며 세상을 의롭게 변화시키는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