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고독사 등 각종 문제, 교회와는 상반된 인식 팽배…세대 통합 프로그램 운영돼야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23일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유엔 기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1024만4550명이 전체 주민등록인구인 5122만1286명의 20% 이상이 된 것이다. 2017년 노인인구가 14%인 고령 사회에 진입한 지 7년 만이다.
2024년 4월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3」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6.1%로 이미 초고령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사회 전체가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사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제시할 필요성이 생겼다. 초고령 사회 속 교회가 직면한 문제점들에는 안락사 확산, 노인 소외, 저출생 등이 있다. 교회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이제는 ‘존엄사’라며 그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안락사는 현재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 허용하고 있다. 2024년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우리나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력존엄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4%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회는 안락사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2024년 4월 선언문 「무한한 존엄」 52항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이 자살하도록 돕는 것은 그것을 요청한 사람의 존엄성에 대한 객관적인 범죄”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노인 소외와 고독사 등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1월 3일 발표한 「2024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인 세대 중 65세 이상이 29.6%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3년 고독사 중 60대 이상의 비율은 50.3%였다.
교회는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해 노인 사목에 힘쓰고 있다. 2024년 ‘제4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주제는 ‘다 늙어 버린 이때에 저를 버리지 마소서’(시편 71[70],9 참조)였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일 삼종기도 말미에 “노인을 홀로 버려두는 데 익숙해져서는 안 되며 세대 간 ‘동맹 맺기’를 통해 노인을 저버리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 사회의 원인 중 하나는 저출생이다. 202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4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30대 이하는 절반 수준이었다. 그 이유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경제적 어려움이 61%, 행복하기 힘든 사회라는 이유가 56% 등으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허용)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4년 5월 로마에서 열린 저출산 대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신생아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첫 번째 지표”라며 “심각하게 고민해서 가정 친화적인 정책들을 내놔야 하고, 특히 여성들이 자녀 양육과 직장 일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노인사목팀 담당 나종진(스테파노) 신부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저출생과 맞물려 매우 빠르게 가속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제도나 시민들의 의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앞으로 세대 갈등, 노인 소외의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는 노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행보에 발을 맞추어 ‘세대 간 연결’이라는 사목적 목표를 가지고 유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