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단체

부담 없는 청년 모임 ‘우정이 모락모락’

박주현
입력일 2025-01-06 11:15:54 수정일 2025-01-07 11:27:23 발행일 2025-01-12 제 342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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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간 모락모락,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청년 반상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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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서울 시흥동 ‘청년공간 모락모락’에서 열린 반상회에서 청년들이 모락모락 매니저들이 구운 머핀을 먹고 직접 내린 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주현 기자

“오늘 반상회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식사 한 끼와 다과를 함께하는 걸로도 같은 청년끼리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가 좋아서, 앞으로도 반상회가 열릴 때마다 부담 없이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토요일인 1월 4일, 서울 시흥동에 있는 청년 주말 식당이자 공유공간인 ‘청년공간 모락모락’(공간지기 신광식 알로이시오, 이하 모락모락)에서 열린 반상회는 이렇듯 여느 때처럼 청년들이 부담 없이 한 끼를 나누고 느슨한 공동체를 맺는 시간이 됐다. 이날 모인 청년 7명은 저녁 6시30분 김치찌개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매니저들이 손수 구운 군만두와 머핀, 직접 내린 드립 커피를 나누며 긴장을 풀고 담소를 나눴다. 취미, 고향, 직장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며 겪은 고충 등 소소한 화제들에 걸친 대화는 8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모락모락은 2024년 11월부터 매달 첫째 주 토요일은 청년들이 무료로 함께 식사하고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반상회를 열고 있다. 다소 끈끈한 인간관계까지는 부담스러워 혼자 와서 식사만 하고 가는 청년들이 더 머무르면서 다른 청년들을 만나고, 가벼운 친밀감을 바탕으로 느슨한 인간관계를 맺게 해주기 위해서다.

공간지기 신광식 씨는 “청년 여럿이 조를 이뤄 집밥을 요리하고 나누는 ‘집밥클래쓰’ 같은 프로그램은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어울리기 좋아하는 청년이 많이 참여하지만, 크게 외향적이지 않은 청년들은 참여하기 망설이는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간관계에 적극적이지 않은 청년들도 1인 가구로 살아가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 이런저런 고충을 나눌 상대를 찾는다는 것을 모락모락 매니저들은 청년들과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파악했다. 비대면 소통에 익숙한 청년들이지만, 결국 ‘면대면의 소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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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서울 시흥동 ‘청년공간 모락모락’에서 송원용 매니저가 곧 열릴 반상회를 앞두고 청년들을 위해 직접 구운 머핀과 드립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세 번의 반상회 모두 참석한 청년 김은송 씨는 “친구들이 있어도 각자 바쁘니 불시로 만날 수는 없어 SNS로 대화하지만, 결국 밀접한 정서를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억지로라도 들떠야 하는 모임과 달리 그때그때 모인 사람들과 가볍게 ‘칠아웃’(Chill Out, 딱히 하는 것 없이 긴장을 푸는 것)하면 된다는 게 반상회의 매력”이라며 웃었다.

이렇듯 반상회는 청년들이 아무 이유 없이 모여도 되는 ‘사랑방’이다. 부담 없이 와서 식사 후 큰 테이블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듣고 싶은 음악을 선곡해 틀고 매니저들이 직접 만든 간식을 나누며 대화하다가 가면 된다. 반상회를 전담하는 송원용(베드로) 매니저는 “반상회는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 관계의 출발점”이라며 “단골 청년들이 ‘매달 첫째 주 토요일은 모락모락에서 밥 먹으러 모이자’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적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공간 모락모락은 평신도 공동체 CLC(Christian Life Community)를 중심으로 한마음인 사람들이 함께 만든 사회복지법인 ‘사랑의힘’(이사장 최혜란 막달레나)이 운영하는 청년 주말 식당이자 공유공간이다. 최소 비용 3000원에 제공되는 김치찌개 식사뿐 아니라 청년들이 함께임을 느끼고 더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강좌 및 프로그램을 열어 청년들을 환대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