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말씀묵상] 연중 제5주일

방준식
입력일 2025-02-03 08:38:19 수정일 2025-02-03 11:43:34 발행일 2025-02-09 제 3428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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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 이사 6,1-2ㄱ.3-8 / 제2독서 1코린 15,1-11 / 복음 루카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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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두렵지, 망설여지고, 머뭇거리기도 하지. 그래요. 커다란 사랑 앞에서 과감하게 앞으로 나설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약한 인간이기에 두려워하고, 망설이고,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오래 있을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해야 하는 것도.님께서 기다립니다. 나의 눈을 마주하며, 내민 손을 더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그 간절한 사랑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주님,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당신께 의탁합니다.” 인스타그램 @baeyounggil

예수께서는 겐네사렛, 즉 갈릴래아 호수에서 어부인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루카는 안드레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한과 야고보 형제를 첫 제자로 부르십니다. 사람들이 종종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이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을 부르시는 것입니다.

예수께 제자가 필요한 이유는 하느님의 백성을 모아들이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제자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옮기는 예수님의 발이요, 만민에게 하늘나라의 소식을 전하는 예수님의 입이며, 모든 백성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예수님의 팔입니다.

예수님은 아마도 카파르나움과 타브가 사이에 있는 만에서 베드로와 동료들을 만나셨을 것입니다. 이곳의 지형은 마치 자연적으로 형성된 원형극장과 같아서 아래서 말하면 위에 있는 많은 군중에게 의사 전달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뜬금없이 밤새 소득 없이 돌아온 베드로에게 다시 그물을 치라 하십니다. 베드로는 어부의 집이라는 뜻의 벳사이다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고기잡이로 잔뼈가 굵은 전문 어부였지만, 예수님은 목수로서 생활해 오시던 분으로서 한 번도 그물을 던져보지 못한 분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기 잡는 데 최적의 시간은 밤인데 이미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는 시간에 그물을 치라뇨. 당시의 그물은 세마포를 꼬아 만들어서 해가 뜨면 물속에서도 훤히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물을 내리는 데는 적당한 깊이가 좋은데 예수님은 깊은 데로 나가라고 명하십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허탈감과 피로감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을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기껏 깨끗이 씻어놓은 그물을 다시 들고 호수로 나갑니다. 루카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왠지 그분을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밤새 허탕 친 것이 억울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던져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시키시는 대로 했더니 그물이 터지도록 고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후에 베드로 사도가 행할 일을 미리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승천 후에 베드로는 한 번에 3000명, 5000명의 사람을 신앙으로 이끄는 놀라운 일을 합니다.(사도 2,41; 4,4)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르는 호칭이 선생님에서 주님으로 바뀝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것입니다. 예수님의 권능과 권위를 느낀 것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 앞에 감히 설 수 없는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두려움은 죄인인 인간이 거룩한 분 앞에서 느끼는 당연한 감정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도 하느님 앞에서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이라 하십니다. 물고기는 낚이면 죽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낚이면 삽니다. 여기 사용된 그리스어 ζωγρέω는 생포한다는 뜻인데, 70인 역 성경에서는 사람을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제자로 불림을 받았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하느님의 신성하고 고귀한 일에 동참하도록 영광스럽게 초대받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함으로써 사람을 살리시는 하느님의 일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루카는 예수님을 하느님 말씀의 선포자로 묘사하는 유일한 복음사가입니다.(5,1) 그리고 루카는 자신의 또 다른 저서에서 제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예수님의 일을 이어감을 전합니다.(사도 6,2)

하느님의 말씀은 율법, 예언자의 선포 등을 가리킬 수 있는데, 여기서는 예수님의 인격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시는 자비의 하느님에 대한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하느님 말씀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 또한 우리가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구원의 도구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누군가에게 복음을 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복음 선포에 필요한 용기가 부족할 때,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려야 하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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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함원식 이사야 신부(안동교구 갈전 마티아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