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국적 상태로 연고 없이 한국서 생활 노인성 질환과 조현병 악화…전문적 의료 서비스 절실
서울특별시립 은평의마을(원장 장경환)은 1961년 개원한 대표적인 성인 남성 노숙인 요양 시설로 약 700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만 국적의 외국인인 유채운(마르티노·68)·교영의(74) 씨는 1996년과 2008년 각각 이곳에 왔다. 입소 후 조사를 통해 대만대사관에 문의했으나, 연고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잘 모셔달라’는 회신이 왔다. 외국인등록증이나 출입국 기록 같은 공적 기록도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도, 대만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실상 무국적 상태다.
유 씨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노숙하는 모습을 보고 인근 주민이 신고해 은평의 마을과 연을 맺었다. 교 씨는 1960년대에 한국에 와서 일정한 주거지와 가족 없이 독신으로 지냈다. 그러다 행려자로 도티병원에 입원했지만, 연고자가 없어 건강 허약 상태로 입소했다. 가족과는 연락이 두절돼 행방조차 알 수 없다.
유 씨와 교 씨는 각각 조현병과 심각한 여러 기저 질환을 앓고 있지만, 의료보험 적용을 못 받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혜택도 받지 못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여의치 않다. 원내 내과와 정신과에서 기본적인 처치만 받을 뿐이다. 치아가 좋지 않아 음식물 섭취도 어렵다. 교 씨는 이빨이 단 하나 뿐이다.
유 씨는 고혈압, 당뇨, 간염, 뇌경색 후유증, 조현병이 있다. 또 만성 폐쇄성 질환을 앓고 있어 경과 관찰을 위한 폐기능검사, 폐 CT와 같은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함에도, 병원 진료나 투약 때 큰 비용이 발생해 전문적인 치료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과거에는 원내 작업 요법(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근로 활동을 했으나 현재는 건강 악화로 그마저도 포기했다. 약 100만 원가량 모은 통장이 전 재산인데, 의료비를 감당 못 해 병원에 갈 때마다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2013년 세례를 받고 매 주일 5층 강당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교 씨의 경우 과거부터 조현병, 전립선 비대, 폐결핵 후유증상을 안고 산다. 특히 결핵 후유증이 있어서 폐렴과 같은 급성 호흡기 질환에 유의해야 하지만, 전문적인 병원 진료와 관찰이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1월에는 폐렴이 발병해 입원했으나 의료비 부담으로 중도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비타민 B12 및 엽산 결핍성 빈혈 치료도 필요한 실정이다.
두 사람 모두 고령으로 근로 활동이 어려워 현재 원내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과 정신과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어서, 언제라도 응급 수술 등 긴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은평의마을 측은 그들의 일상생활을 예의주시하고 관찰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동절기는 낙상 사고 방지를 위해 더 조심해서 일과를 살피고 있다.
은평의마을 측은 “이들에게 시급한 것은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라며 “도움을 주시면 현재 필요한 검사 및 치료 시 발생하는 비용을 납부할 예정이며 추후 응급이나 수술 등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요양과 송소민 대리는 “정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시설이어서, 외국인의 경우에는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혜택이 제한돼 안타깝다”며 “오랜 시간 은평의마을이 집이고, 동료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지금처럼 동료들과 안정되게 여생을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리는 “노숙인 대부분이 고향도 가족도 없는 소외된 이들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라며 “편견을 갖지 말고, 이들에게 절실한 따뜻한 손길과 관심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5년 2월 5일(수) ~ 2025년 2월 25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