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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의 비오 신부」…예수님 상처 지녔던 수도자의 삶과 기적

이주연
입력일 2025-03-12 08:47:47 수정일 2025-03-12 08:47:47 발행일 2025-03-16 제 343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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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지인 등 29명 인터뷰…놀라운 기적·은총 사연 소개
존 A. 슈그 신부 지음/송열섭 신부 옮김/304쪽/2만5000원/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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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치코네가 스케치한 비오 신부. 사진 가톨릭출판사 제공

1887년 나폴리 근처 피에트렐치나에서 태어난 카푸친 프란치스코회(이하 카푸친회) 비오 신부는 50년 동안 손과 발, 옆구리에 오상(못 박히신 예수님의 다섯 상처)을 지니고 살았다. 이탈리아 남단 가르가노 산기슭 산 조반니 로톤도라는 작은 마을에서 수도 생활을 했던 그는 1968년 9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오상을 비롯한 고난의 순간들, 동시에 두 장소에 나타나는 놀라운 모습뿐 아니라 의학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치유 기적들까지 비오 신부가 드러낸 모습들은 특별했지만, 그의 가르침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확했다. ‘기도하며 하느님 가까이 머물기' 였다.

이 책은 저자가 비오 신부와 아주 가까이에서 생활했던 사제, 수녀, 그리고 전문의와 평신도 등 스물아홉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엮은 것이다. 오상과 수난의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는 기도로 하느님과 하나가 되길 바란 그의 생애가 이들의 인터뷰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만큼 더 생생하게 비오 신부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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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형제들의 증언 ▲이웃들의 증언 ▲소중한 인연들의 증언 등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형제들의 증언’은 비오 신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카푸친회 수도자와 사제들이 그의 사소한 일상부터 비범한 카리스마적인 능력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비오 신부의 생애 마지막 3년 동안 병상을 지킨 알레시오 신부는 오상의 상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분의 상처는 매우 깊었고 완전히 뚫려 있었어요. 상처 위와 아래에는 피딱지가 있었는데 손등과 손바닥을 깨끗이 씻는다면 그 구멍을 통해서 사물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구멍이 뚫려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은 손바닥에 응고된 피 때문이었지요.”(44쪽) 상처는 선종할 무렵만 빼고는 비오 신부가 직접 씻었다고 한다.

동료들이 전한 증언에 따르면 오상에서는 계속 피가 났다. 침대 시트가 피범벅이 될 때도 많았다. 비오 신부는 영적 지도 신부에게 “만약 자신이 오상을 받았을 때, 하느님께서 지탱해 주지 않으셨다면 자신은 죽었을 것”이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웃들의 증언’에서는 산 조반니 로톤도에 살며 미사와 성사를 통해 비오 신부를 가깝게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수도원 공사를 하다가 다이너마이트가 터져 오른쪽 눈동자를 잃었던 조반니 사비노 씨는 비오 신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 새로운 눈동자가 생기는 기적을 경험했다. 또 비오 신부가 선종한 후 묘지에 참배하러 갔다가 아픈 다리가 낫는 체험을 한 인근 호텔 주인 남동생 이야기 등 기도 속에서 놀라운 은총을 체험한 사연들이 소개된다.

‘소중한 인연들의 증언’은 전 세계에 퍼진 비오 신부가 만든 기도 모임에 대한 것이다. 산 조반니 로톤도에 살지 않았더라도 비오 신부의 영적 지도를 떠올리며 하느님을 찾았던 이들의 밝힌 내용들이다.

이런 증언들은 비오 신부의 삶과 그를 통한 기적들이 그 사례를 넘어서서 우리 삶 안에 살아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더불어 깨닫게 해준다. 사순 시기 동안 ‘흔들리지 말고, 기도하라’는 성인의 가르침을 되새겨 줄 수 있는 책이다.

역자 송열섭(가시미로) 신부는 “책을 통해 신앙의 핵심 주제인 십자가의 예수님, 미사, 고해성사, 기도, 복되신 동정 마리아 등 신앙의 핵심 주제가 지닌 의미를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록으로는 비오 신부의 시성 절차가 실렸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