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셉 대축일 특집] 늘어나는 본당 주일학교 자부회
3월 19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이다. 성 요셉은 허름한 구유에서의 예수님 출생을 함께하고, 가족과 이집트로 피신하고, 성전에서 예수님을 잃으셨다 찾는 등 여러 부침 속에서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역할을 다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성 요셉을 닮은 가정적인 아버지가 늘면서 본당 주일학교에서 봉사하는 ‘자부회’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는 낯설지만은 않은 본당 자부회에 대해 알아본다.
성탄제 코너 진행과 매주 어린이 미사 참석
“작년 성탄제 때 ‘외나무다리에서 아빠 밀어내기’라는 코너에서 몸 쓰며 활동적으로 놀았던 시간이 가장 좋았어요. 올해도 기대돼요.”
아버지가 자부회원이라는 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 한재영(베네딕토) 군은 이어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도록 안정적으로 지원해주신 성 요셉처럼 저희를 위해 가정에서나 본당에서나 든든하게 지원해 주시는 아버지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남윤아(스텔라) 양도 “아빠가 자부회를 하시는데 집에서 쉬는 대신 성당에 나와 봉사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함께 해외로 성지순례를 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근 본당 자부회가 부쩍 늘고 있다. 올해 2월 8일 공식 출범한 신천동본당 자부회(회장 김돈우 대건 안드레아)의 전 회장 박앤디(대건 안드레아) 씨는 “뒤에서 묵묵히 간접적으로 돕기보다 앞에서 아이들과 직접 함께하고 돕는 아버지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아버지들의 육아와 교육 참여비율이 높아지고 전통적인 성역할의 경계가 깨지면서 생긴 긍정적 변화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성가정은 성모님과 성 요셉처럼 부모 중 한 사람이 아닌 양측의 모두의 노력과 협심이 중요하기에 성 요셉은 자부회 아버지들에게 좋은 롤모델이다. 자부회원들은 견학, 성지순례, 공연 관람 등을 함께하며 아이들에게 요셉을 닮은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주고 폭넓은 경험과 놀이 기회를 제공하며 보람을 느낀다.
매월 간식 준비와 사순 시기 ‘십자가의 길’ 진행
“시작은 보잘것없지만 앞날은 번창할 것”(욥 8,7)이라는 성경 구절을 믿고 3명에서 시작해 1년 반 만에 15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자부회가 있다.
대전교구 신관동본당 자부회(회장 신관식 요한 사도)는 2018년에 필요성을 느껴 시작했지만 지속되지 못하다가 2023년 9월 본격적으로 결성됐다. 지난해 사순 시기에는 아이들에게 아버지들이 기도하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 ‘아버지의 십자가의 길’ 기도문으로 십자가의 길을 진행했다. 기도문에 감화된 자부회원들이 많아 올해도 이어갈 예정이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냉면·닭꼬치·돼지목살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 간식을 손수 준비하고, 20년 묵은 성당 창고 대청소도 하는 등 활발하게 봉사하고 있다. 2024년 11월 자모회의 성지순례 기간 동안 아이들과의 1박 2일 캠핑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父 육아·교육 참여 늘어난 시대 흐름 맞춰
본당서 자기 역할 스스로 찾아 주일학교 봉사 등 적극 나서며
신앙 모범 보여주고 긍정적인 아버지상 심어줘
신관동본당 자부회 대외협력부장 김성환(미카엘) 씨는 “요즘 시대의 아버지상은 일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자부회의 특별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을 느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희생과 봉헌을 통해 성모님과 예수님을 보호하는 임무를 다한 성 요셉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8년째 김장에 산타클로스 변신까지 다양한 활동
요즘 생겨나는 자부회보다 이른 2017년 시작돼 이미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 자부회도 있다. 수원교구 조원솔대본당 자부회(회장 한기수 율리아노)는 회원 수 20명의 어엿한 본당 중견 단체이다. 둘째 주 토요일마다 간식 준비는 기본, 본당 김장 행사 지원이나 성탄제 때 산타클로스로 분장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특히 앞치마를 두른 아버지들의 모습을 좋아한다. 간식이 맛없어도 맛있게 먹어주고, 주일학교나 성당 활동에 잘 적응해 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버지들은 흐뭇하다.
한기수 회장은 “점점 핵가족화되는 환경에서 마을 사람들과 친지들의 빈자리를 채울 아버지의 역할이 커졌다”며 “아이는 한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옛말을 실현하듯 자부회는 본당이라는 작은 마을이자 신앙 공동체 안에서 자녀들의 아버지이자 삼촌, 큰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앙의 모범 보이는 부모로서 사목에도 도움
자부회는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처럼 자녀가 믿음을 본받을 수 있는 부모상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면을 지닌다.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부국장 유동식(마리오) 신부는 “요셉 성인은 부모로서 하느님을 섬기고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을 예수님께 보여 주셨다”며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75항에서도 부모는 자녀의 신앙 교육자로서 열성과 모범으로 그 봉사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신부는 “아버지들이 자부회를 통해 아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 차 있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이라며 “성당 활동을 하다가 취업과 생계 등의 이유로 활동을 중지했던 아버지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부회는 실질적인 본당 사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신천동본당 부주임 강승원(레오) 신부는 “특히 주일학교의 큰 행사에서 자모회와 더불어 자부회가 공동으로 활동하면서 더 다양하고 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게 됐다”며 “자부회를 통해 주일학교는 아이의 신앙을 굳건히 키우는 곳이며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기쁜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