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신규 핵발전소 아닌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답”

민경화
입력일 2025-03-14 16:25:23 수정일 2025-03-19 09:18:32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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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환경·정의평화 유관 39개 기관·단체, 후쿠시마 핵사고 14주년 맞아 탈핵사회 전환 촉구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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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법만 스님)와 탈핵시민행동이 11월 2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안 폐기를 촉구하며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 14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39개 기관·단체가 공동 성명을 내고 탈핵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14개 교구 생태환경 관련 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한국가톨릭기후행동,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는 3월 11일 ‘신규 핵발전소가 아니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답입니다’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2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의결하고 법안 심사를 마쳤다. 이들 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특히 여기에 포함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원자력발전 후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등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을 짓기 위한 법안으로, 환경시민 단체들은 “부지 내 저장시설은 신규 핵시설이며 주민 희생 강요하는 고준위 특별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 단체들 역시 성명서를 통해 “법안에는 ‘핵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이 포함되어 있어,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기존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핵폐기물 감축을 위한 노력보다는 핵산업 진흥을 유지하려는 정책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보다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지구적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이제까지 유지해 온 많은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생태계의 위기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전환이 필요하지만, 정치권과 경제계는 여전히 핵발전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안을 찾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핵진흥 정책이 가속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가톨릭 단체들은 핵발전소 안전 신화를 무너뜨린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14주기를 맞아, 우리는 핵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퇴행을 멈추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하느님 창조 질서의 회복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과제임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14년 - 신규 핵발전소가 아니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답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라”(탈출 14, 15)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4년이 흘렀습니다. 이 사고는 핵발전소의 안전 신화를 무너뜨렸고, 세계적으로 탈핵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일은 2023년 4월 15일 모든 핵발전소를 영구 정지하며 탈핵 사회를 실현했고, 대만도 2025년 5월 모든 핵발전소를 멈출 예정입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핵발전소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탈핵을 준비했다는 점입니다.

전지구적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이제까지 유지해 온 많은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생태계의 위기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전환이 필요하지만, 정치권과 경제계는 여전히 핵발전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안을 찾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핵발전 중심의 정책은 무책임한 선택입니다.

2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의결하고 법안 심사를 마쳤습니다. 이들 법안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었습니다. 정부는 이를 ‘에너지 3법’이라 부르며 탄소중립 실현과 국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전환점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핵발전 진흥을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와 핵산업계의 숙원을 풀어주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11차 전기본은 전력 수요가 연평균 1.8% 증가해 2038년 129.3GW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신규 핵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핵발전기(SMR)를 건설하여 핵발전 비중을 3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삼척, 영덕, 기장, 경주 등이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또 다른 결정이 될 것입니다.

또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법안입니다. 법안에는 ‘핵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이 포함되어 있어,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기존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핵폐기물 감축을 위한 노력보다는 핵산업 진흥을 유지하려는 정책으로 보이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보다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고준위 방폐장 기본계획의 수립 및 변경 권한을 원자력진흥위원회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핵 안전 문제를 핵 진흥 정책에 종속시켰다는 점에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법안에는 핵재처리 연구를 용인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과거 실패를 거듭하며 엄청난 예산 손실을 초래한 정책이며,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더욱이, 지역발전기금의 50%를 인근 주민에게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지역사회 내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큽니다. 대한민국의 국책사업 중 직접 현금 지급을 보상책으로 제시한 사례는 전례가 없습니다.

탈핵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2031년 이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포함하지 않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명확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상향하고,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을 OECD 평균에 맞춰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국제사회 흐름을 따르지 않고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10% 이상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탈핵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는 이 시대에, 각국이 적극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55항).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며 퇴행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모세의 인도 아래 홍해와 이집트 군대를 양쪽으로 마주한 이스라엘 백성과 같은 상황에 서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이 순간, 하느님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라”(탈출 14, 15)고 명령하셨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14주기를 맞아, 우리는 핵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퇴행을 멈추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 창조 질서의 회복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과제임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2025년 3월 11일 

광주대교구 가톨릭 농민회, 생태환경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마산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부산교구 생명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 수원교구 가톨릭 농민회, 공동선실현사제연대, 농민사목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안동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생태환경사목부, 정의평화위원회 /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청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정의평화위원회/ 춘천교구 가정생명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창조보전연대 / 한국가톨릭기후행동  /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