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수술 병원비만 3000만원…가족에게 두달 째 생활비 못 보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보반또안(Vo Van Toan·43) 씨의 월급은 200만 원가량. 이 중 150만 원은 베트남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월세 15만 원을 뺀 35만 원으로 한 달을 산다. 그 35만 원을 아끼고 아끼며 살았던 그에게 하루아침에 3000만 원의 빚이 생겼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수술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4일 일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를 하던 보반또안 씨는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을 느꼈다. 증상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택시를 타고 집 근처 병원을 찾았고 뇌출혈 소견을 전달받았다. 작은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해 건양대병원으로 옮긴 보반또안 씨는 거미막하 출혈 진단과 함께 다음날 응급수술을 받았다. 빨리 수술을 한 덕분에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의식을 찾고 나서 그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수술비만 1000여 만 원. 입원료와 다른 비용까지 더해지자 그가 납부해야 할 병원비는 3000만 원이 넘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겨우 택시를 불러 병원에 갔습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죠. 뇌출혈이라고 하더군요.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할 겨를도 없이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병원비를 듣고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차라리 수술받지 말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베트남 중부 꽝빈성의 어촌마을 출신인 보반또안 씨는 바다에서 하는 일은 무엇이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뱃일로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2018년 한국에 들어온 그는 제주도 인근에서 뱃일을 시작했다.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인 그는 일을 잘했고 회사에서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장의 신임을 받는 그를 시기하는 한국인 동료들의 괴롭힘은 바다를 떠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뱃일을 그만두고 충청도 옥천으로 올라와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 한국인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더 좋은 한국인들을 만난 덕분에 힘든 타국 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는 보반또안 씨. 그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인 지인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보내왔다.
“제 사정을 알고 사장님이나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이 도움을 보내주셨어요. 3만 원, 5만 원, 10만 원. 큰돈은 아니지만 저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2월 5일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한 달 동안 그는 일을 할 수 없었다. 1월 월급도 모두 병원비로 납부해 두 달 동안 베트남 집에 돈을 부치지 못했다. 19살 아들과 13살 딸은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니 돈 걱정 하지 말고 아빠 건강만 생각하라”는 말을 전했지만,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보반또안 씨는 병원비 부담에 일반병실로 옮기지 못하고 2주도 안 돼 퇴원을 결정했다. 완전히 몸이 회복되지 않은 탓에 하루에 몇 시간씩 머리에 통증이 찾아와 진통제로 버티고 있는 그는 자신을 도와주러 온 한국 사람들에게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건양대병원 원목실 김재준(알베르토) 신부는 “보반또안 씨는 가족들의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머리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예기치 못한 아픔을 만났다”면서 “환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걱정과 근심을 형제적 사랑으로 덜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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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