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

아기 버끄리를 안은 소녀

최용택
입력일 2025-03-26 09:13:16 수정일 2025-03-26 09:13:16 발행일 2025-03-30 제 343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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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버끄리를 안은 소녀 

Pakistan, 2011.

 

아침에 일어난 소녀가 맨 먼저 하는 일은

어린 버끄리들을 꼬옥 안아주는 일이다.

아픈 데는 없는가, 젖은 잘 먹었는가, 소녀는 금세 안다.

“우리 동네 버끄리는요, 제가 안아주면 나아요.

많이 아픈 애들은요, 밤에 안고 자면 다 나아요.”

어디 동물뿐이겠는가. 수많은 고통 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은 나 홀로 버려져 있다는 느낌,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세상을 다 가졌어도 진정 사랑이 없고 우정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박노해 시인 상설 사진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