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서 열려 피지켈라 대주교, “장애 지닌 이들도 교회의 중심”
[바티칸 CNS] 전 세계 지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희년 행사가 4월 29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개최됐다.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과 다양한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신자들이 간병인과 복지기관 종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도회와 장애 인식에 대한 교리교육에 참석하고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체험한 신앙의 힘을 고백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성모 찬송) 기도를 바치며 이 기도가 여러 중증 장애를 지녔던 헤르만(Hermann) 복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배웠다. 교황청 복음화부 세계복음화부서 장관 직무대행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는 장애인들을 환영하면서 “살베 레지나는 1014년에 독일 알트샤우젠에서 구개열과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복자 헤르만이 지었다”며 “헤르만 복자의 부모는 그를 돌볼 수 없어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 양육을 맡겼다”고 소개했다.
이어 “헤르만 복자는 성 베네딕도 수도원에 처음 왔을 때는 말하거나 쓸 수 없었지만 수사들이 정성을 다해 가르치자 라틴어와 그리스어, 아라비아어, 수학, 음악 등을 익힐 수 있었다”면서 “내가 헤르만 복자의 생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가 ‘살베 레지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헤르만 복자는 성장하면서 여러 언어 중 특히 라틴어에 정통했고,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드러내며 ‘살베 레지나’를 비롯해 많은 성가들을 작사, 작곡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중증 장애를 안고 살았던 헤르만 복자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그가 체험했던 진실한 신앙과 믿음은 자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이라면서 “장애를 지닌 여러분들도 교회의 중심이고, 교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서 교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희년 행사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피지켈라 대주교로부터 장애인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들으면서, 약함 안에서 교회를 향한 소명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과 약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장애인들에게 “여러분들의 장애를 사랑의 힘으로 승화시키고 다른 이들에게 더욱 많은 것들을 베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희년 행사 참석자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서로 손을 맞잡은 채 기도를 바쳤고, 교황청은 참석자들의 출신 국가를 고려해 여러 언어로 동시통역을 제공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서도 수어 통역이 동시에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이라는 주제로 선포한 2025년 희년은 2024년 12월 2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聖門, Holy Door) 개방으로 시작했으며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