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자 증가율 0.5%…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못해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2025년 4월 23일자로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4」는 코로나19 이후 조금씩 늘어나는 주일미사 참례율과 성사 생활의 수치를 통해 조심스럽지만 신앙생활 회복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통계 전반에 고령화의 심화와 세례·견진·주일학교 등 입문 성사의 쇠퇴 지표들을 볼 수 있다. 통계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신자 수, 소폭 증가
총인구 5270만5574명 대비 신자 수(599만7654명) 비율은 11.4%를 기록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살펴보면 11.38%로, 2023년(11.34%)과 비교할 때 0.04%의 근소한 차이가 나타난다.
0.5%(2만6979명)의 신자 증가율은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 수치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한 2020년에는 0.1%로 급락했다. 이후 매년 소폭 오르는 추세지만, 10년 전인 2014년(2.2%)과 비교할 때 하락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심화
주민등록상 인구의 연령별 구성 비율과 신자의 연령별 구성 비율을 비교했을 때, 29세까지는 주민등록 인구의 점유율이 앞서고 있으나, 30세에서 34세는 신자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후 35세부터 54세까지는 비슷한 추세이나 55세 이후부터는 신자 비율이 더 앞선다. 주민등록 인구 비율에서는 50~54세가 가장 높은 비율(8.7%)이지만, 신자 비율에서는 60~64세가 9.5%로 가장 높다.
이미 한국사회보다 먼저 초령화지수를 돌파한 한국교회는 이번 통계에서도 노령화의 지표를 여실히 드러냈다. 군종교구를 제외하고 전 교구에서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23년도에 비해 증가해서 모든 교구의 초고령화 현상이 심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10%p 이상 상승했다. 19세 이하 신자 비율과 65세 이상 신자 비율의 차이도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이번 통계에서는, 19세 이하 신자 비율이 전체 신자 중 6.3%에 불과하나,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7.5%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1인 가구는 22.1%(219만 명)에 달한다. 독거노인의 자살률, 우울증 비율, 사회적 고립도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실정이다. 고령화 현상은 단순히 ‘나이 많은 신자’가 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돌봄과 동반이 없는 고립된 노년 신앙이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 고령 신자들을 위한 새로운 사목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기적 영세자 감소 추세
2024년 영세자 수가 전년 대비 13.7% 증가했지만, 여기에는 군종교구의 세례 증가에 영향이 있다. 군종교구를 제외했을 때는 전년 대비 1.9%의 증가율을 나타낸다. 2023년 증가율(24.0%) 대비 낮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춘천, 원주, 부산, 마산, 안동 등 일부 교구는 영세자 수가 감소했다.
10년 동안의 영세자 수를 비교했을 때,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다. 모든 교구에서 2014년보다 영세자가 줄었다.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2,9%가 감소해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3만285명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62.6% 감소한 것이었다. 다만 2021년부터는 차츰 매년 영세자 수가 전년보다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앙 전수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유아 세례는 10년 전보다 51.7% 감소했다. 0~9세 주민등록 인구와 신자 수, 영세자 수를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주민등록 인구 감소율보다 신자 수 및 영세자 수 감소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으로 출산율이 낮은 환경적 요인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유아 세례 수치가 낮은 현상은 가정 내 신앙 전수 기능이 약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성사생활, 코로나19 이전 못 미쳐
전년 대비 성사 활동은 첫영성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 추세다. 첫영성체 신자는 1만4908명으로 전년 대비 0.7% 줄었다.
전반적으로 모든 성사 활동이 증가 추세라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사 별로 보면, 견진성사 건수는 2019년의 72.0% 수준으로 나타났다. 병자성사는 2019년의 98.2%, 첫영성체는 80.2%, 영성체 81.9%, 고해성사는 80.1% 수준으로, 완전한 회복세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첫영성체 경우, 2020년(8561명)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1만6267명) 다시 증가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는 듯했지만, 2022년(1만3279명) 다시 줄어들었고, 2023년(1만5006명) 조금 늘었다가 다시 감소했다.
전년 대비 견진성사와 병자성사는 각각 5.0%와 8.3%가 증가했고, 영성체는 12.2% 고해성사는 9.5%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견진성사 건수는 10년 전 2014년 5만2287명과 비교했을 때, 2만9777명으로 43%가 감소한 모습이어서 입문 성사 과정의 약화와 신앙 성숙으로의 여정이 견고하지 못함을 시사하고 있다.
학년 오를수록 주일학교 참여 감소
또 다른 신앙의 세대 전수 지표라 할 수 있는 주일학교 현황을 보면, 초등부와 중등부 학생 비율은 각각 53.5%와 29.2%로, 전년 대비 3.9%와 1.6% 증가율을 보였다. 고등부는 53.8%로 0.3% 감소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참여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주일학교가 있는 본당은 2019년까지 매년 87% 이상 나타났으나 코로나19 이후 운영되지 않는 주일학교도 늘어났다. 2020년 83.8%로 떨어졌다가 소폭 늘었지만 2022년부터 다시 감소하고 있다.
초등부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주일학교에 참가하는 점은 긍정적 신호나, 중고등부로 갈수록 참여율이 떨어지는 문제는 장기적인 청년 신앙 활성화 측면에서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사제도 고령화
한국교회 성직자 현황은 소폭 증가세에 고령화 현상이 드러난 모습이다. 교구 사제 수는 4738명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10년 동안 추세를 보면 교구 소속 신부 수의 증가율은 낮아지는 있다. 2017년까지는 2% 증가율을 보였고, 2017년 2.9%까지 나타났으나 2018년부터 1% 증가율을 보이다가 2023년부터 1% 미만 증가율을 드러냈다.
2024년 교구 소속 새 신부 수는 72명으로, 2023년보다 3명 감소했다. 새 신부 수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감소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2.7%가 줄었다. 교구 신부 중 본당 사목 소임이 2230명으로, 전체 신부의 47.1%를 차지한다. 원로 사목자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24년에는 12.2%로 10년 전보다 5.1%p 증가했다. 사제 고령화도 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자 현황에서는 수도서원을 준비하는 수련자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 성소 감소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남자 수련자 수는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여자 수련자는 2017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4년과 비교할 때 남자는 61.1%가, 여자는 59.3%가 감소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