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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지킴이를 찾아서] 21. 23년째 낙태시술 안 하는 이한양 원장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07-06-03 16:25:00 수정일 2007-06-03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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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살 권리 누구도 침해할 수 없어”

산모 설득, 출산 유도하기도

“수입걱정요?…오히려 행복합니다”

국내 연간 낙태건수 150만∼200만건으로 추정. 지난 한해 태어난 아이는 45만여 명.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보다 빛도 보지 못한 채 죽어가는 아이들이 몇 곱절 많다.

이러한 죽음의 문화 속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이한양(그레고리오·60·안동 목성동본당) 원장. 안동에서 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는 이원장은 23년째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2년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청주교구가 공동 제정한 제1회 가톨릭 생명지킴이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도 처음 개업했을 때, 세 차례 낙태시술을 한 적이 있다.

“1985년 병원문을 열고 딱 1주일간 낙태시술을 했습니다. 너무나 괴로웠죠. 의사로서, 신자로서 양심을 거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가톨릭대 의대를 나온 이원장은 서울 강남성모병원, 포항성모병원에서 일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그러한 수술을 접할 수조차 없었다.

“처음 산부인과를 선택할 때부터 생명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병원을 개업하면서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낙태시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던 거죠.”

개업 당시, 안동시내 산부인과는 모두 4곳. 병원을 경영하며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낙태시술을 거부하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돈보다 더 값진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최선의 선택이다.

안동지역은 유교사상의 본고장으로, 사실 남아선호사상이 높은 편이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도 컸을 법 한데, 이원장은 “의사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환하게 웃는다.

그는 “20년 넘게 낙태시술을 안하다보니, 이제는 안동은 물론 의성, 영양, 청송, 예천지역까지 소문이 났다”면서 “그래도 간혹 수술하러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도록 한번 더 설득한다”고 말했다. 이원장의 권유로 아이를 낳은 이들도 꽤 있다.

“교회 가르침처럼 ‘배아도 생명’입니다. 낙태는 절대 안됩니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주권이며, 태아의 살 권리를 누구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윤리적 측면 뿐 아니라 수십 년간 낙태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을 봐온 의사로서의 입장에서도 강하게 반대한다.

“수술부작용에서 오는 감염, 출혈 등의 합병증과 함께 불임이 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후유증을 겪은 이들을 보곤 하는데, 이들은 가정과 사회, 교회가 사랑으로 감싸줘야 합니다.”

이원장은 ‘자신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마음 편하게 살아왔을 뿐’이라며 겸손해 하며, 의사로서 30년 넘게 살아오며 느낀 진리를 전했다.

“70년대 가족계획사업의 하나로 정부에서는 ‘모자보건법’을 만들어 낙태를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 하나 더 낳기 운동’을 펼치며 인구를 늘리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애쓰고 있습니다. 불과 30년 사이의 변화상입니다. ‘모자보건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교회는 강력히 반대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습니다. 지금도 교회는 낙태를 반대합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삶의 진리를 밝혀줄 것입니다.”

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