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산교구장 이갑수 주교, 시위중 부상당한 이경현양 문병

입력일 2019-04-18 10:58:13 수정일 2019-04-18 10:58:13 발행일 1990-01-01 제 168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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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은 누구신데요?』

『이갑수 주교님이시다』

『이갑수 주교님? 어디에 사시는 분인데요?』지난 12월 18일 부산대학병원 제3병동 303호실에 누워있던 이경현양 (수산나·부산교대 윤리교육학과 4년)은 이갑수 주교 일행의 방문을 받고 옆에서 간호하고 있는 어머니 박연연 (데레사·49) 씨에게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고나 하듯 꼬치꼬치 캐묻는다.

이주교와 동행한 양요섭ㆍ석찬귀ㆍ정영한 신부에게도 누구냐고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함께한 사람들이 소개를 하자 경현양은 알았다는듯 눈을 껌벅껌벅 한다.

이주교 등 일행이 병자를 위한 예식서를 펴들고 쾌유를 위한 기도문을 읽자 경현양은 침대위에 다소곳이 앉아 예식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아듣는듯 자신도 어설픈 성호를 그었다.

어머니를 위로한 이주교 일행이 다른 일정 때문에 자리를 뜨려하자「경현」이는 10분만 더 있어 달라는 뜻으로 벽시계를 쳐다보며 열손가락을 펴든다.

이 주교가 손을 잡으며『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자 경현이는 마치 어린애처럼 어쩔줄 모르며 이주교의 손을 놓지 않았다.

현재 경현이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하는 등의 감정표시 외에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소 회복되기는 했으나 며칠전 지난 과거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어머니 박연연씨는 말했다.

경현이가「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4월 12일 오후 3시 40분경 부산교대 정문 근처에서였다.「현대중공업 노동자탄압」등을 규탄하면서 시위를 벌이던 부산교대생 4백여명이 경찰과 대치중 학교안으로 밀리는 과정에서 경현이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경현이는 수술을 받았으나 계속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4개월만인 지난 8월 다행히「식물인간」상태를 벗어났다.

그동안 경찰과 대책위측은 경현이의 부상 원인을 놓고 열띤 공방전을 폈다.

경찰은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와 소병국씨의 진찰결과를 인용, 지면에 충돌하거나 날아온 돌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한데 반해 대책위와 인의협은 목격자의 증언과 감정결과를 인용, 방패에 찍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진상규명 자체가 흐지부지된 가운데 이제 경현이네는 치료비마저 부족, 집을 날리게 됐다. 부산대학병원 측으로부터『밀린 입원치료비 2천2백여만원을 연말까지 청산하지 않으면 27평 아파트와 보증인의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2차 최고장을 받게 된 것.

그동안 학교측이 기성회비에서 1천3백여만원, 학우들과 재야단체가 6백여만원의 성금을 보내왔으나 이는 그동안의 간병사 일당과 고가약품 구입비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이양의 아버지 이정장씨(56) 는『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의해 일어난 부상이 분명한데도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18일 병원에 들른 부산교구 정평위원장 양요셉 신부는『당국의 성의있는 진실 규명으로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며『교회는 이를 예의주시, 필요하다면 자체 조사활동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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